미국 조기 금리인상설에 원·달러 환율 13원 급등

입력 2015-03-09 22:51   수정 2015-03-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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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원선 뚫은 환율…한은 12일 금리인하 땐 추가 상승


[ 김유미 / 김우섭 기자 ]
미국 고용지표가 깜짝 호조세를 보이면서 9일 원·달러 환율이 13원가량 급등(원화 가치 하락)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외환시장은 최근 국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박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통화 완화 경쟁에 뒤늦게라도 가세할 경우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원40전 오른 달러당 1112원10전으로 마감했다. 작년 12월8일(1117원70전) 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개장 시점부터 12원30전 급등세로 출발한 환율은 장중 달러당 1112원60전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10원 이상 움직인 것은 지난달 25일(10원90전 상승) 후 처음이다. 이달 들어 환율 변동폭은 커봤자 4원 정도로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두드러진 대외 변수가 없었던 데다 수급 구도도 그대로였다.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선을 넘을 때마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쏟아지면서 다시 1100원 아래로 복귀하는 흐름을 반복했다.

상한선처럼 여겨지던 달러당 1100원 선이 다시 뚫린 데는 미국의 고용지표 영향이 컸다. 지난 주말에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5.5%로 7년여 만에 최저치였다. 비농업 부문 고용도 29만5000명으로 예상을 웃돌았다.

미국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달러화를 강세로 이끄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1엔대까지 오르고 유로화가치도 추가 하락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도 환율 상승(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경기 부양 필요를 강조하면서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통위가 환율 향배의 최대변수”라고 진단했다.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더라도 금통위원 소수의견이 나오거나 이주열 한은 총재가 경기 인식에 변화를 보인다면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각국의 완화정책 경쟁에 한은이 가세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작년 말부터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겠다며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했다. 이는 수출 경쟁력 향상 등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통화 전쟁’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한은은 작년 8월과 10월 금리를 내린 이후 연 2.0% 금리를 유지해왔다. 이는 주요국 대비 원화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각국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 원화는 제자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집계한 주요 21개국 일일 환율을 분석한 결과 작년 말 이후 원화가치는 유로화 대비 10.8%(9일 기준) 올랐다. 덴마크(10.8%) 스웨덴(8.5%) 캐나다(7.9%) 노르웨이(5.9%) 통화에 대해서도 원화가치 상승세가 가팔랐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1.0%) 중국(0.9%)을 비롯 21개국 가운데 14개국 통화에 대해 원화가치가 강세를 나타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일본의 완화정책으로 엔저가 가팔라졌고 이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한국 역시 통화전쟁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하고 내수가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목표를 환율에 둘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디플레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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