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양적 완화 시행 첫날…유로존·美 국채 '동반 랠리'

입력 2015-03-10 23:46  

[ 김은정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총 1조1000억유로(약 1333조원)를 투입하는 양적 완화를 9일(현지시간) 시작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예상대로 유로존 주요 국채 가격은 치솟았으며, 유로화 가치는 12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ECB의 양적 완화가 시작된 이날 유로존 주요 국채 금리는 일제히 떨어졌다(가격 상승).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8%포인트 떨어져 연 0.31%를 기록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으로 국채 공급이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 국채시장에 투자자가 몰릴 것이라는 기대에 미 국채 금리도 덩달아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는 1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유로당 1달러대에 근접했다. 이날 장중 한때 유로화 가치는 2003년 9월 이후 최저인 1.08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양적 완화와 관련해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여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등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국채를 매입해 발생하는 손실을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해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CB의 양적 완화가 각국의 재정 부담을 없애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ECB의 양적 완화가 국채 금리를 낮춰 각국 정부가 져야 할 개혁 압박을 걷어낼 것”이라며 “막대한 유동성은 거품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존에서 물가상승률이 오랜 기간 낮게 유지되고 있지만 ECB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다”며 “오히려 ECB의 양적 완화가 유로존 국가를 자꾸 ‘부채 국가’로 몰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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