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사진). 지난 3일 법안 국회 통과 후 한 주 만인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에 입을 열었다.
이날 회견은 김 전 위원장의 유별난 결벽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영란법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민간 분야 확대 적용에 대한 판단이 그랬다. 국회 통과안은 법 적용 범위를 공직 부문에 집중한 원안(김 전 위원장의 최초 입법예고안)과 달리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을 포함시켜 위헌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뜻밖에 국회에서 언론과 사립학교 분야를 추가해 깜짝 놀랐다”고 서두를 뗐다. 그는 “공직자 부분이 2년 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친 데 비해 민간 분야에 대해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확대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적용 범위와 속도,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한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반대로 내렸다. 그는 “법 적용 대상이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 민간 분야까지 확대된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간 분야도 장차 개혁해 나가야 하므로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 ?뿐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김영란법에 대한 ‘판단’과 ‘결론’ 사이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사립학교와 언론이 민간 분야이긴 하나 ‘공공성이 강한 분야’란 점을 거론했다. 크게 보면 공직 부문을 겨냥한 자신의 근본 입장엔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부차적 설명이 논리적 비약과 절차의 생략이라는 근본적 문제점을 합리화하긴 어렵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근거 중 하나로 꼽은 여론조사 결과(‘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 법 적용 대상 포함 바람직’ 69.8%)는 신중한 법률적 판단이나 절차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판단과 결론이 드러낸 간극을 메우기엔 객관성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표현대로 “(최초 제안자마저) 깜짝 놀랄 만큼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뜻밖의 방향으로 확대됐으며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는 세부 사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사실상 국회 통과안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전후 상황을 보자. 그는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서강대의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다. 즉 사립학교 교원이다. 논란의 이해 당사자로 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민간 분야 적용 범위 확대’를 위헌이라고 판단할 경우 뒷말이 나올 수 있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여러 차례 김영란법을 ‘더치 페이법’, ‘처벌법이 아닌 보호법’이라고 표현했다. 법이 시행될 경우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는 데 대해서도 “큰 그림을 보지 않은 것”,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 ?잡아온 부패를 없애면 오히려 경제도약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의 결벽성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물론 판사와 대법관,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그의 개인적 결벽성은 존경받을 만한 것이다. 남편인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가 지난 18대 대선에 출마하자 “부인이 공직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권익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한 것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결벽성이 그대로 김영란법의 추진 동력이 될 수는 없다. 민간 분야라고 해서 반부패정책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대의’가 실제 법 적용시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취지가 나쁜 규제는 없고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최우선과제는 결벽성과 대의를 넘어선 현실성 있는 검토와 보완이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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