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체 드러난 귀족노조, 이러고도 기업이 돌아가나?

입력 2015-03-12 20:37   수정 2015-03-13 04:01

지금 한국의 노동조합은 약자인가, 강자인가.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한 단체협약 실태조사(727개 기업 분석) 결과를 보면 답은 명확하다. 노조가 약자이기는커녕 노조에 휘둘리는 경영진의 실상이 여실히 나타났다. ‘노동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생히 밝힌 분석이다.

복수노조 시행 3년에 맞춘 이 조사에 따르면 40%의 기업이 정리해고 때 노조의 동의 또는 협의가 필요하다. 경영상 이유로 해고가 가능하다지만 노조가 반대하면 무용지물이다. 기업 네 곳 중 한 곳은 전근이나 작업장 전환배치조차 노조의 동의나 합의를 구해야 한다. 기업의 분할, 합병, 양도, 휴·폐업 때도 합의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곳이 31%다. 노조의 동의 없이는 경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해고한다는 유니언숍 규정이 담긴 단체협약도 30%였다. 정년퇴직자 등 근로자의 자녀와 배우자를 우선·특별채용토록 명문화한 곳 역시 30%에 달했다. 노조의 일자리 세습에 대해 고용절벽에 부딪힌 100만 청년백수들은 과연 뭐라고 할까. 심지어 사내 징계위원회가 노사 동수인 곳도 12%나 됐다. 통상적인 경영뿐 아니라 인사권에까지 노조의 힘은 막강하다. 이 모두가 소위 ‘87 체제’를 거치면서 노동계가 과격 투쟁으로 얻어 챙긴 것들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노조라면 사회적 약자인 양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獵? 62년 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노동관련법부터가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법원도 노사 간 분규라면 일단 노조 편이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도 노조는 슈퍼 갑이다. 표를 무기로 국회의원·단체장 등을 얼마든지 좌우한다. 우리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노동 개혁에서도 노동계는 스스럼없이 정부를 압박한다. 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서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같은 현안을 놓고 지금 돌아가는 판이 그렇다.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노조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더구나 조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하다. 이들을 ‘노동귀족’이라고 부르지 않고 무엇으로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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