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동남아 빼곤 판매 이미 앞섰다"…현대車, 도요타 추격 '질주'

입력 2015-03-12 22:16  

세계 상위 32개국 중 20개 나라에서 점유율 앞서
중국·브라질·인도시장서 판매량 압도적 우위 기록
맞춤형 차종 투입 성과…미국서도 격차해소 총력전



[ 정인설 기자 ]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인 영국. 일본 도요타는 1992년 이곳에 공장을 세웠다. 2006년엔 생산 규모를 연간 28만대로 늘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아직 영국에 공장이 없다. 그런데도 지난해 영국 시장에선 현대차(기아차 포함)가 16만대를 팔아 11만대에 그친 도요타를 제쳤다.

연산 58만대 규모의 도요타 공장이 있는 캐나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현대차는 현지 생산라인 없이 이곳에서 11.3%의 점유율로 도요타(10.9%)를 앞섰다.

◆신흥시장에서 강한 현대차

도요타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32만대를 팔아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전체 1위를 달렸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800만여대를 판매해 5위였지만 국가별 점유율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KB투자증권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미국과 薩? 유럽, 동남아 등을 포함한 전 세계 32개 주요국 시장 가운데 20개국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이 도요타보다 앞섰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도요타(96만대)보다 81만대 많은 177만대를 팔았다.

브라질과 인도뿐 아니라 유럽 같은 선진시장에서도 도요타보다 우위였다. 도요타 공장이 있는 프랑스만 제외하고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유럽 8개국에서 판매량이 더 많았다. 동유럽에서도 폴란드만 빼고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선 도요타를 앞섰다.

비결은 현지화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도요타의 텃밭이었던 영국이 대표적 예다. 현대차는 2008년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3%의 점유율로 도요타에 뒤졌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된 해치백이 현지 시장에서 인기라는 점을 노렸다. 현대차 i20와 기아차 씨드를 앞세워 2010년에 판매량을 10만대로 늘렸다.

캐나다에선 과거의 실패가 소중한 자산이 됐다. 현대차는 1989년 캐나다 브루몽에 공장을 세웠다가 1996년 완전히 철수했다. 그러나 당시 구축한 딜러망은 계속 유지했다. 이 때문에 준중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인 캐나다 시장의 특성을 파고들 수 있었다.

맞춤형 전략도 현대차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미국 시장 중심인 도요타와 달리 현대차는 브릭스 국가나 유럽에서 철저히 현지 전략형 모델 개발에 공을 들였다.

◆미국과 동남아 시장 추격은 과제

지난해 현대차는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선 131만대를 팔아 도요타(237만대)에 크게 뒤졌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인기인 픽업트럭을 새로 선보여 미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유럽형 미니밴을 출시해 유럽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도요타가 강한 하이브리드카와 우측 운전석 핸들 차량도 보완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절대 열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일본과 동남아에서 도요타와 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일본과 인도네시아 판매량만 빼면 이미 현대차는 도요타를 20만대가량 앞섰다. 도요타가 현대차의 안방인 한국과 중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처럼 현대차도 동남아 공략법을 연구 중이다. 때마침 작년 말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재개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현대차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현대차가 소형 SUV와 밴, 픽업트럭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일부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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