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1959년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지니어로 입사한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 그는 낮에는 회사 실험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레이싱카 제작에 몰두했다. 8년간 이런 주경야독 생활을 하다 1967년 새 길을 택했다.
레이싱이 너무 좋아 아예 경주용 자동차 전문 회사를 차렸다. 같이 경주용 자동차에 빠져 있던 회사 동료인 에버하르트 메르허를 설득해 창업 대열에 나섰다. 벤츠를 개조해 경주용 자동차로 만드는 회사였다. 두 사람의 성 아우프레흐트(A)와 메르허(M), 그리고 고향인 독일 그로삭스파하(G)의 앞글자를 따서 회사 이름(AMG)을 지었다.
◆고성능차의 대명사 AMG
경주용차 튜닝 전문 업체로 시작한 AMG는 설립 40여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카 전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S 63 AMG’를 비롯해 30여개의 고성능차를 연간 5만대 가까이 생산하고 있다.
2017년이면 출범 50년이 되는 AMG가 처음 유명해진것은 1971년이다. 24시간 동안 정해진 트랙을 누가 가장 많이 달리느냐로 우승자를 가리는 ‘스파프랑코르샹’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였다. 이때부터 일감이 늘어 1978년 독일 아팔터바흐로 확장 이전했다.
이후 AMG가 경주용 자동차업계에서 주목받자 두 사람은 사업을 키우기 위해 벤츠와 다시 손을 잡았다. 1988년 벤츠와 모터스포츠 파트너십을 맺은 뒤 1990년에는 동업한다는 공식 협약을 체결했다. 1993년엔 벤츠와 AMG가 힘을 합쳐 첫 공동 작품까지 만들었다. 바로 ‘C36 AMG’였다.
AMG가 벤츠의 정식 가족이 된 것은 그로부터 6년 후였다. 벤츠가 속한 다임러그룹은 1999년 AMG 지분 51%를 산 데 이어 2005년엔 남은 지분까지 모두 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때부터 AMG는 ‘메르세데스-AMG’로 불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작은 튜닝회사에서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이자 고급 엔진의 개발사로 발전했다. 고성능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8기통 엔진과 12기통 엔진 생산에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인 1엔진’ 원칙
메르세데스-AMG는 설립 때부터 독특한 원칙을 지키고 있다. 바로 ‘원 맨, 원 엔진(one man-one engine)’이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하나의 엔진을 책임지고 만든다는 의미로 근로자 한 명이 엔진에 들어가는 400개 부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해 엔진 한 개를 완성한다. 그 엔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다.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된 대량 생산 라인에서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하는 보통 자동차 엔진 공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마트에서 카트로 장보듯 작업장에 있는 개인 작업대를 밀면서 공장 곳곳을 돌아다닌다. 작업대와 연결된 제어 시스템 화면을 통해 필요 부품과 조립 순서를 보며 엔진과 차량 품질을 온전히 책임진다. 한 명의 엔지니어가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엔진은 고작 2~3개. 스스로 혼을 담아 완성했기 때문에 AMG 차량을 예술 작품처럼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토비어스 뫼어스 메르세데스-AMG 회장은 “AMG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적은 인원이 한 팀으로 일하고 수평적 관계에서 열심히 협업하기 때문”이라며 “‘가장 잘 아는 것을 한다’는 기본 철학도 잘 지켜온 점 역시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콤팩트카로 반경 넓히는 AMG
AMG의 생산량을 일정 수준으로 조절해오던 메르세데스-AMG는 최근 전략을 바꿨다. 메르세데스-AMG는 2013년 “AMG 설립 50주년을 맞는 2017년까지 3만대 수준인 AMG 연간 판매량을 6만대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독일 미국과 함께 ‘빅5’ 시장으로 분류해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선 중대형차뿐 아니라 소형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콤팩트카에 해당하는 A클래스에 AMG 엔진을 얹기 시작했다. 먼저 작년 1월 4도어 쿠페인 CLA의 4륜구동 고성능 버전인 ‘더 뉴 CLA 45 AMG 4매틱’을 내놨다. 이어 작년 8월엔 4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더 뉴 GLA 45 AMG 4매틱’을 선보였다.
고성능 콤팩트카 투입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2013년 446대였던 메르세데스-AMG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776대로 74% 늘었다. 여세를 몰아 지난달 뒷좌석 ?트렁크가 연결된 해치백 형태인 ‘더 뉴 A 45 AMG 4매틱’을 출시했다. 이로써 국내에만 13개의 AMG 모델을 갖췄다.
메르세데스-AMG 관계자는 “AMG는 단순히 좀 더 높은 마력을 내는 벤츠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라며 “메르세데스-AMG만의 디자인과 기능으로 고성능차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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