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요즘 자기소개서에 대한 질문이 전국에서 온다. ‘자기소개서, 서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보통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준비해야 되나요’라는 질문을 하지만, 이 질문은 좀 더 본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는 ‘자기소개서, 과연 서울대는 어떤 의미로 보고 있을까’를 싣는다.
Ⅱ. 대교협 자기소개서의 의미
대교협은 자기소개서에 대하여 학생 자신의 내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꿈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간략하게 말하고 있다. 중요한 개념요소를 보면 (1) 학생 자신의 내면 (2) 성장하고 있는 것 (3) 꿈과 열정 (4)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 ‘학생 자신의 내면’이란 학부모의 바람이 아닌 학생 자신이 스스로 결정한 것을 말하며, 겉으로 보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험이 쌓여 자연스럽게 내면에서 시작된 것을 말한다. (2) ‘성장하고 있는 것’이란 결 解?아닌 과정을 말한다. 완결이 되어 이미 좋다고 판명된 ‘완생(完生)’이 아니라, 현재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시행착오지만 스스로를 분석하고 장단점을 발견하여 장점을 더 계발하는 모습, 단점을 수정하는 모습인 ‘미생(未生)’을 말한다. (3) ‘꿈과 열정’이란 누구도 확실하게 달성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불확실한 영역, 두려움이 앞서는 영역을 꿈으로 정하고, 이를 바라보면서 달성하기 위하여 막연하지만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서 나아가는 강한 모습인 열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다는 것이다. (4) ‘확인할 수 있는 것’이란 학생의 현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주관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음을 말한다. 학생이 그저 스스로의 포부를 밝히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장한 부분에 대하여 자신의 활동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Ⅲ. 서울대 자기소개서의 의미
1. 본원적인 질문
‘서울대의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은 외형적인 면이 강하다. ‘how’라는 것은 방법이나 정도를 말한다. 이는 실체가 무엇인지(what)를 먼저 파악한 후, 왜 그런 실체가 존재하게 되었는지(why)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기에 ‘서울대는 자기소개서를 어떠한 의미로 이해하고 있느냐’는 서울대에 합격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물어야 될 질문인 것이다.
2. 자기소개서의 의미
서울대는 자기소개서를 학생이 고등학교 생활 동안 열심히 노력한 자신의 학교생활을 입학사정관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학생이 서울대 특정 학과를 지원한 이유는 이 학과를 통하여 평생의 꿈을 이루어 보고자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담긴 지원 학과 선택이므로, 사소한 에피소드 때문에 결정이 되지는 않는다.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자기소개서에 적혀 있어야 한다.
3. 구체적 내용 예시
서울대는 자기소개서의 내용으로 제시해도 괜찮은 것으로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고 있다. (1) 가장 힘들게 또는 신나게 했던 공부 경험과 방법 (2) 고등학교 생활 중 가장 소중했던 경험 (3) 열심히 노력해온 일, 많은 시간을 쏟은 일 (4)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좀 더 상세히 말해보자.
(1) 대부분의 대학 신입생은 고등학교 생활 중 가장 힘든 것은 공부라고 말한다. 그만큼 공부를 통해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지원자는 대학에 와서도 지원한 학과에서 이렇게 힘든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지금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고등학교 생활에서 아주 힘들게 공부하였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고 성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서울대는 이해한 것이다. 평범하게 다른 학생이 공부하는 방식 또는 좀 더 열심히 공부한 방식을 말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성취했는지, 이 성취에 대하여 만족하는지, 그리고 공부를 얼마나 즐겁게 느끼고 있는지, 이러한 특성들을 보여주기를 서울대는 원한다. 이를 통해 비로소 서울대에서 공부할 만한 학문성이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첫 번째 의미이다.
(2) 서울대에 와서 공부하고 그 공부를 성취하려면 힘든 고비가 참 많다. 경쟁하는 친구들도 한편으로는 경쟁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왜소함을 느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 고등학교 시절 가장 소중했던 경험이다.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게 되고, 자신의 길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지, 주위의 친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잊지 않게 된다. 보통 고등학교 시절 소중한 경험은 친구들과 협업활동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 번째 의미다.
(3)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노력하고 많은 시간을 쏟았기 때문에 서울대에 와서도 그 분야를 꾸준히 할 수 있다고 서울대는 판단한다. 일관성이란 것은 마음만 먹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님을 입학사정관도 잘 알고 있다.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자신이 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성취를 할 수 있는 학생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력의 양과 시간의 양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세 번째 의미다.
(4) 대학생활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을 이어서 읽는다는 개념이 아니다. 자신의 미래를 설정하고 이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이 지원한 학과에서 공부를 하며, 미래 자신의 위치를 높이기 위하여 자신과 관련된 독서를 한다는 것이다. 이젠 찾아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되, 미래 자신이게 도움이 될 직접적인 책과 논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독서능력은 필기시험, 객관식 시험을 잘 본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독서하는 습관이 잡혀 있어야 한다. 신문NIE와 신문스크랩, 읽은 책에 대한 보고서, 심지어 어느 주제에 대한 소논문 작성 등은 오랜 시간을 두고 작성함으로써 자신의 내면 깊이까지 영향을 준다. 독서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며 영향을 받기 위해서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것이 네 번째 의미다.
4. 자기소개서 배점은
서울대는 많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긴 시간을 고3 기간에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서류평가에서도 가장 중요한 서류로 자기소개서라고 믿고 있는 학생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학교생활기록부에서 학생 개개인의 학교생활 대부분을 파악하고 평가한다.
하지만 해당 학생이 어떠한 이유로 서울대에 지원하였는지는 추측만 할 뿐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이때 참고하는 것이 자기소개서다.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충분히 나타나지 않은 학생 자신만의 특성이 자기소개서에 나온다면 이 개인의 특성을, 이미 파악한 해당 학생의 대부분의 학교생활과 연결하여 학생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대는 자기소개서만을 대상으로 배점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서울대에 와서 해당 학과 공부를 잘 이수할 수 있고, 주위 친구들과 협력하며 더 나은 학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지 그 잠재력을 종합평가하는 것에 있다.
Ⅳ. 질문과 답변
▷학생=선생님, 고3 올라가는 학생인데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나서 부모님께 보여드렸더니, 수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왠지 제가 쓴 글이 아닌 것 같아요.
▷현민=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많은 학부모가 하는 질문이기도 하답니다. 서울대는 학생만의 생각이나 학생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 학생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라고 말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자신만의 생각과 문체로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것을 강조하면서 교사나 부모의 말은 조언으로 받아들일 것을 제시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학생도 부모님의 말씀을 내용상 조언만으로 받아들이고, 수정은 반드시 학생이 직접 하는 것이 좋겠지요.
문의 : 이메일이나 분당에스논술(네이버블로그, 031-717-5487)
현민 < S·논술수석연구위원 hm616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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