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목/김순신 기자 ]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지난해 세계적인 이목을 끈 자신의 저서 ‘21세기 자본’의 오류를 인정했다. 자본주의에서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원리로 제시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항상 앞선다’는 명제가 실제 불평등 확대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10일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피케티는 오는 5월 출간될 학술지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릴 자신의 논문 ‘21세기 자본에 대하여’에서 이같이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미국경제학회 홈페이지(www.aeaweb.org)에서 지금도 내려받을 수 있다. 피케티 스스로 ‘21세기 자본’의 핵심 명제가 가진 오류를 인정하면서 책의 신뢰성 전반에도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피케티는 그러나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허물어진 ‘자본수익률>경제성장률 가설’
2013 ?출간된 21세기 자본은 세계적으로 15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가운데 최상위층으로 소득과 부가 편중됐다는 결과를 과거 300여년간 20여개국의 세금 자료를 바탕으로 주장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세습된 자본을 통해 얻어진 소득이 개인이 일생 동안 벌어들인 소득을 능가할 수밖에 없어 불평등은 필연적으로 확대된다는 논리다. 글로벌 부유세 등으로 자산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도 이 같은 논리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피케티는 이번 논문에서 “나의 공식은 1차 세계대전 이전의 극단적이고 지속적인 부의 불평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지난 100년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21세기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20세기의 부와 소득 변화를 설명하는 데도 주요한 수단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등은 100년 전과 비교해 크게 완화됐다”고 털어놨다. 이는 “피케티가 계산 과정에서 오류를 범해 고소득층의 부가 과대평가됐다”고 한 지난해 5월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을 대부분 인정한 결과다.
‘21세기 자본’ 특이성 사라져
피케티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득 불평등을 끌어들였다. “기술과 교육의 수요 공급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추가되면서 자산 불평등과 함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소득과 자산에 대한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여전히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여러 학자가 이전부터 주장해온 내용과 다르지 않다. 자본수익률에 따른 불평등 심화라는 가설이 무너지면서 피케티의 특이점도 색깔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경제 법칙은 실제 현실을 진단하고 전망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로젠크란즈 델피금융그룹 회장도 “자본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 자본수익률도 떨어진다는 기본 법칙을 고려하지 않아 시작부터 오류가 있었던 가설”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김순신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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