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금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입력 2015-03-15 20:38  

정부의 임금 인상 압박이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주말 경제5단체장을 만나 임금인상을 요청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임금인상 여력을 높여주기 위해 대기업이 적정 납품단가를 보장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저임금 등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에 커다란 부담이라는 지적이 일자 납품대금을 올려주라고 대기업을 사실상 압박한 것이다.

최 부총리의 임금 압박은 어떻게든 내수라도 살려보자는 고육지책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책목표가 그럴듯하더라도 이런 식의 밀어붙이기는 곤란하다. 이론적, 논리적 근거도 빈약할뿐더러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인 대책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우선 임금을 기업이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잘못이다. 임금은 기업이 주는 게 아니라 시장이 주는 것이다. 노동생산성 및 노동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특정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수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된다. 납품단가도 마찬가지다. 뼈를 깎는 경쟁을 통해 협력업체는 납품단가를 낮추고 대기업은 이를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그게 혁신이요 창조다. 엿장수 가위질하듯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임금을 올리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가정도 문제다. 아파트 경비원 사례에서 보듯이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한계선상에 있는 중소·영세기업을 벼랑으로 내몰 수도 있다. 더욱이 내수시장이 협소한 畸뮈【?임금 인상은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고용 확대를 강조하는 정부가 고용과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 있는 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다. 노동 개혁을 추진한다면서 대기업과 관련 기업 임금부터 올리라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노동개혁은 생산성에 걸맞은 임금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지만 이런저런 대책을 던져놓고 그래도 안 되면 대기업이 양보하라는 식은 곤란하다. 더구나 임금은 하방경직성이 있어 한번 올라가면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강압적인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최 부총리는 공정위원장까지 회의에 배석시켰다고 한다. 임금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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