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명품남의 손목, 여기서 빛난다

입력 2015-03-16 07:00  

홍콩 캔톤로드'파네라이 부티크'

대형 벽시계로 브랜드 상징
64개 매장 중 최고 매출



[ 유승호 기자 ] ‘남자의 시계.’

시계 애호가들이 스위스 리치몬트그룹의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에 붙여준 별칭이다. 지름이 5㎝에 가까운 큼직한 다이얼과 무뚝뚝하다고 할 만큼 깔끔한 디자인에서 ‘남자의 향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이탈리아 해군에 잠수용 시계를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키웠다는 설명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한 파네라이는 리치몬트에 인수된 뒤로도 ‘남자의 DNA’를 간직해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리뉴얼해 문을 연 홍콩 캔톤로드의 파네라이 부티크 매장은 다소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연한 갈색의 둥근 탁자와 파스텔 계열의 소파는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모서리를 둥글게 마감한 원목 진열대는 시계의 차가운 금속성 느낌을 누그러뜨린다.

바닥은 대리석과 목재를 함께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조롭지 않은 느낌이다. 남자는 남자이되 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가 되고자 하는 이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파네라이 고유의 특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로가 긴 타원형의 벽면 진열대는 마치 잠수함을 타고 바다 밑으로 내려가 창밖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6층에는 이탈리아 해군 잠수부 모형이 있다. 그의 손목에는 어김없이 파네라이 시계가 채워져 있다.

건물 외벽의 대형 벽시계는 파네라이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한 개층 크기의 다이얼이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등 명품 부티크로 가득찬 캔톤로드에서도 파네라이 매장을 돋보이게 한다. 밤이 되면 야광 다이얼이 밝은 빛을 낸다. 파네라이는 야광 도료인 라디오미르와 루미노르의 특허를 갖고 있다. 라디오미르와 루미노르는 파네라이 시계의 모델명이기도 하다. 외벽을 감싼 알루미늄 패널은 벽시계에 세련미를 더해준다.

상담과 구매가 이뤄지는 곳은 2층(현지 기준 1층)과 6층이다. 3층과 5층엔 휴게 공간이 있다. 2층과 6층에 손님이 있을 때 나중에 온 손님이 차와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기다리는 곳이다. 7층에선 시곗줄 교체를 비롯해 간단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파네라이는 캔톤로드 부티크의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매장은 파네라이의 전 세계 64개 부티크 중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리는 곳이다. 면적 역시 리뉴얼을 통해 367㎡로 확장돼 파네라이 부티크 중 가장 넓다.

이번 리뉴얼 디자인은 스페인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맡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만다린오리엔탈호텔, 이탈리아 밀라노 포시즌호텔 스파 등이 그의 최근 작품이다.

우르키올라는 “파네라이와 홍콩의 공통된 모티브인 바다를 주제로 브랜드의 다양한 측면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안젤로 보나티 파네라이 회장은 “미래와 혁신을 추구하면서 파네라이의 전통을 성공적으로 나타낸 곳”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캔톤로드 부티크는 파네라이가 진행 중인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 리뉴얼 프로젝트의 하나이기도 하다. 앞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피렌체, 미국 뉴욕에 있는 매장을 개편했고 미국 마이애미 매장도 캔톤로드 부티크와 비슷한 형태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홍콩=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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