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단기과열완화장치, 추종매매 세력 나침반?

입력 2015-03-16 09:51   수정 2015-03-16 09:53

[ 최성남 기자 ]
한국거래소가 정치 테마주(株 )등 이상급등?과열종목에 대한 시장 관리 강화를 위해 도입한 '단기과열완화장치'가 단기투자자들의 투자 지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본래 도입 취지보다는 '매기(매수세)'가 살아있는 종목을 알려줌으로써 추종 매매 세력에게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단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됐거나 현재 지정된 종목(중복제외)은 총 34개(지난 13일 기준)이다.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선주 5개를 제외하면 29개 종목이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단일과열종목에 지정되면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된다. 29개 종목 중 하루 거래정지 이후, 다음 거래일에 상승세를 이어간 종목은 19개였다. 해당 종목 중 65.5%가 오른 것이다.

19개 중 11개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상한가를 제외하고 상승한 종목 8개의 평균 상승률도 4.9%였다. 상한가 종목을 포함하면 상승폭은 10.7%로 집계됐다.

반면 하락한 종목 10개의 경우 하한가 2개를 제외하고 평균 낙폭이 3.7%에 불과했다. 하한가를 포함한 낙폭은 5.9%였다. 단순 계산으로 단기과열종목에만 분산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4.8%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단기과열완화장치 발동일 하루 동안 매매거래정지 조치와 더불어 3거래일 동안 단일가 매매 방식이 적용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단기과열완화장치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종목을 포괄적으로 적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면서 “하루 매매 거래 정지에 더해 단일가 매매 방식의 엄격한 시장 조치를 적용해 투기성 추종 매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단기과열종목만을 골라 추종 매매에 나서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매기'가 센 종목을 하루 동안 거래 정지시키면서, 이를 추종 매수 기회로 삼는 경우가 있다”면서 “실제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선수’라고 불리는 투자자들은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 예고되는 종목만 선별적으로 골라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개인투자자들은 단기 과열 종목 자체가 추가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있는 종목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과열완화장치 발동일 하루 동안 매매 거래를 정지하는 것은 오히려 과도한 매매 제약으로 발동일 이후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주식 시장에서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종목에 대해 (단기과열완화장치와 같은) 변동성 완화 조치를 취하지만 국내 시장처럼 하루 매매 정지에 이어 단일가 매매 적용 같은 과도한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큰 틀에서 이상 과열 종목에 대해 '서킷브레이커'나 '사이드카' 와 같은 형태의 장중 일시적 매매 정지 성격의 제도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해외 주요 증시에서는 일중 주가가 급변할 경우 단일가 매매를 적용하는 제도(변동성완화장치· Volatility Interruption)를 도입하고 있다.

한편 올해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업체는 한국주철관 신라섬유 골든브릿지증권 세기상사 한국화장품제조 서울식품우 깨끗한나라우 한창 녹십자홀딩스2우 대림B&Co 대원전선우 현대시멘트 영신금속 한일화학 등 34개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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