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휘 기자 ] 금융위원회는 작년 말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사립대 기금 투자풀 구성 계획을 내놨다. 대학들이 가진 돈을 한곳에 모아 전문가들이 운용토록 한다는 아이디어다. 투자자 예탁금 관리회사인 한국증권금융에 실무를 맡긴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금융위 발표 후 약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대학기금 투자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대학기금 담당자들의 모임인 사립대재정관리자협의회 관계자들은 “투자풀과 관련해 어느 누구도 연락을 해온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위가 실무를 맡긴 증권금융에 문의했다. “투자풀을 운용할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증권금융의 일이고, 자금 모집은 민간 자산운용사가 할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대한 자산운용사의 반응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대학을 투자풀로 끌어올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초 투자풀을 기획한 금융위 관계자는 대학의 동참을 유도할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육부가 독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을 교육부 관계자에게 던지자 “인력이 없다”며 “정부기금 투자풀에 대학 기금도 포함시켜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부처가 ‘떠넘기기 게임’을 하다 결국 아무 업무 연관도 없는 증권금융이 대학기금 투자풀 운용이라는 책임을 지게 됐다.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는 등 저금리 상황이 심화되면서 대학들은 은행 예금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졌다. 등록금 수입을 쓰지 않고 남겨 놨거나 후원금으로 모아 쌓아놓은 돈이 10조원(작년 말)에 달한다.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등록금을 낮출 수도 있고, 장학금을 더 지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전문가가 없는 대학은 마땅한 운용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기본 임무는 공공 서비스다. 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을 책임지고 서비스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의 투자풀 구성에 대해 각 부처가 공을 넘기기보다는 적극 개입해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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