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경쟁력 향상? 효율적인 '한 팀'부터 키워라"

입력 2015-03-20 20:33   수정 2015-03-21 04:08

삼성전자·구글도 배워가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맥킨지' 피보탈랩스

"소통만 해결하면 개발 못할 SW없다"…2명씩 짝지어 대련하듯 프로그래밍
헤드폰 쓰고 밤샘 개발 효율 떨어져…오전9시~오후6시 근무 후 '칼퇴근'



[ 김보영 기자 ]
삼성전자 구글 트위터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가 벽에 부딪힐 때 도움을 청하는 기업이 있다. 기한 내 개발을 못 할 것 같을 때,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 유수의 IT 기업이 이 회사 문을 두드린다. ‘소프트웨어업계의 맥킨지’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컨설팅 기업 피보탈랩스다. 지난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이 회사를 찾았다. 경쟁이 치열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문제해결사로 인정받는 까닭을 물었다. 기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언도 구했다. 두 가지 모두 답은 ‘소통’이었다. 혁신의 현장에는 소통에 최적화된 특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직원 간 소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시스템

샌프란시스코 시내 하워드가(街)에 있는 피보탈랩스를 방문한 시간은 오전 8시40분께. 매일 이 시간에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했다. 회사 임직원, 파견 나온 고객사 직원들이 구내식당에서 대화를 나눈다.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한군데 모이자 사회를 맡은 직원이 “새로 온 사람?” “오늘 이벤트가 있나요?” 하고 물었다. 손을 든 사람에게는 마이크가 내장된 연두색 쿠션을 던졌다.

열린 기업 문화가 느껴졌지만 여기까지는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여느 IT 기업 문화와 다를 바 없다. 데이비스 프랭크 피보탈랩스 상무는 “우리가 하는 진짜 소통은 단순한 아침식사가 아닌, 시스템에서 나온다”고 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간 직원들은 소규모 팀 회의를 시작했다. 그날 해야 할 일과 우선순위를 토론하고 할당량을 정한다.

작업을 시작한 직원들의 모니터를 보니 신기한 점이 눈에 띄었다. 두 사람씩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피보탈랩스의 명물인 ‘페어(pair·짝) 프로그래밍’ 시스템이다. 두 명이 같은 프로그램을 협업해 짜게끔 하는 것이다. 짝은 매일 바뀐다. 이렇게 짝을 바꾸며 공동 작업을 하면 팀원 모두가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프랭크 상무는 “새벽 3시에 헤드폰을 끼고 혼자서 일하려는 프로그래머가 많다”며 “밤새 한 일을 다시 설명해야 하고, 늦잠을 자거나 아프면 일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야근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시 근무가 이뤄질 수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구글도 배워가

맡은 일은 매일 바뀌지만 ‘피보탈 트래커’ 시스템을 통해 인수인계를 한다. 일종의 작업일지로 꼭 해야 하는 일, 앞으로 할 일, 개발 과정에서 든 의문점과 답이 적혀 있다. ‘왜 만드는가’ 등 근원적 질문부터 세부적 기술 사항까지 다양하다. 팀원 모두가 볼 수 있다. 프로그래머 윌 리드는 “이렇게 일하면 프로그램이 산으로 갈 일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 회사에 직원을 파견했다가 해결한 뒤에는 일하는 방법 자체를 배워가려 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 구글이 방법론을 배워간 사례는 유명하다. 트위터도 지난해까지 도움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직원을 파견하고 페어 프로그래밍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오로 피보탈랩스 전무는 “전 세계 많은 IT 회사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며 “하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어떤 사람을 뽑아라’ 혹은 ‘오늘부터 어떤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선언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하면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프랭크 상무는 “일단 한 팀을 아주 효율적으로 만든 뒤 그 팀원을 반으로 나눠 다른 팀에 배속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회사 전체에 효율성을 전파하라”고 조언했다.

샌프란시스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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