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확보 등 전략 골몰
중국·인도 이어 3대주주 총력
[ 조진형 기자 ]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할 경우 최소 6% 정도의 지분을 확보해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AIIB 출범을 앞두고 미국까지 협력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중국의 지분을 최소화하고 한국 지분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AIIB 지분 6%를 확보해야 우리 실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현재 국제금융기구 가운데 아시아개발은행(ADB) 지분(5.06%)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른 국제금융기구 지분은 1% 수준에 불과하다.
AIIB는 3월 말까지 창설 가입국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6월 말까지 지배구조 및 운영 방향 등을 담은 협정문을 마련할 예정이다. 초기 납입 자본금 100억달러로 출범해 수권 자본금 10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모든 국제기구 지배구조의 핵심은 지분율 분산에 달려 있다”며 “미국과 중국 간의 파워 게임에서 중국이 우위를 보인 만큼 AIIB 설립 과정에서 중국 지분율을 최소화하고 한국 등 우방 국가의 지분을 늘리는 일이 한층 더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AIIB 지분율은 역내국과 역외국으로 나눠 국내총생산(GDP) 등을 고려해 각국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아시아 국가에 75%를 배정하고, 비아시아 국가에 25%를 배정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GDP만을 고려했을 때 중국 정부는 30% 안팎의 지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ADB, IMF 등 주요 국제기구 최대주주 지분은 모두 15~20% 수준이다. 미주개발은행(IDB)의 경우 유일하게 미국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IMF의 경우엔 GDP뿐 아니라 외환보유액, 무역수지 등을 모두 고려해 지분율을 정했다”며 “단순하게 GDP만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국 지분율은 30%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중국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국제기구는 ADB(6.44%)다.
정부는 GDP 규모가 우리보다 큰 중국 인도에 이은 3대 주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역내국 중에서 한국과 GDP 규모가 비슷한 나라는 호주 인도네시아 등이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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