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교 영향력 차단…장기적으로 미국도 가입할 듯
[ 워싱턴=장진모 기자 ]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반대해온 미국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핵심 동맹국이 AIIB 가입을 결정하면서 자칫 ‘외교적 고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압력에도 동맹국이 잇따라 AIIB에 참여하자, AIIB가 ‘새로운 동맹’을 형성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AIIB와 협력함으로써 이 문제를 놓고 껄끄러웠던 동맹국과의 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미국이 중국 주도의 AIIB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인상을 불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세계은행과 AIIB의 협조융자 프로젝트를 통해 AIIB 운영에 간접적으로 개입, 중국의 외교적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평가다. 몇 년 뒤에는 미국도 가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데 이어 세계 다자기구들이 일제히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 AIIB 출범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WSJ에 “AIIB와 협력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가오 다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도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AIIB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같은 행사에서 AIIB와 협력하는 것은 기쁜 일이라며 재차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는 23일 이달 말까지 신청받는 AIIB의 창립 회원국이 35개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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