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실력자들까지 빨아들이는 실리콘밸리

입력 2015-03-25 20:50   수정 2015-03-26 04:28

미국 인재 '서부 대이동'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서 최고재무책임자 등 영입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졸업생 월가 선택 8년새 10%P 감소
실리콘밸리행은 갈수록 증가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월가의 거물급 인재들이 속속 뉴욕을 떠나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틀고 있다. 미국의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월가에서 정보기술(IT)산업을 대표하는 실리콘밸리로 ‘힘의 균형’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은 25일 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루스 포랫 모건스탠리 CFO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월가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2인자를 영입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랫이 28년간 모건스탠리에서 일하며 이베이와 아마존닷컴 등 주요 IT기업의 기업공개(IPO)를 맡았으며 실력과 영향력 면에서 월가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여성이라고 전했다. 이날 구글 주가는 포랫 영입 소식에 2.7% 상승했다.

○캘리포니아로 ‘골드러시’

뉴욕타임스(NYT)는 월가 스타들의 잇따른 실리콘밸리행(行)을 19세기 미국인들이 금광을 찾아 서부로 몰리던 ‘골드러시’에 비유했다. 지난해 5월에는 트위터가 자사의 기업공개를 맡았던 골드만삭스 출신의 앤서니 노토를 CFO에 앉혔다. 한 달 뒤인 6월에는 페이스북이 월가 투자은행 출신 데이비드 웨너를 CFO로 영입했고, 12월에는 모바일 메신저 앱인 스냅챗이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국제금융부문 대표를 맡고 있던 임란 칸을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스카우트했다. 모바일 결제업체인 스퀘어도 2012년 골드만삭스 출신인 세라 프라이어를 CFO에 임명했다. 래퍼티 캐피털의 딕 보브 투자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더 이상 최고 인재들이 월가 금융회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 않다는 징표”라고 말했다.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급성장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투자자 관리와 효율적인 자금집행을 위해 금융 경험이 풍부한 월가 인재가 절실한 상황이다. FT는 구글이 포랫 영입을 통해 월가에 주주친화적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그동안 구글은 자율주행차량 개발 등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고, 이것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MBA들도 실리콘밸리 선호

전통적 명문으로 손꼽히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경영대학원(MBA) 출신들도 부쩍 월가보다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졸업생 중 월가를 선택한 비율은 33%로 2007년의 42%에서 크게 감소한 반면, 실리콘밸리를 택한 비율은 7%에서 17%로 급등했다.

NYT는 지난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학부생들이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등 월가 금융회사?간 비율이 10%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의 31%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월가가 더 이상 고액 연봉과 안정성이 보장된 선택이 아니라는 인식도 인재들의 실리콘밸리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월가 보너스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스타트업 투자 열풍으로 유망 신생기업들의 몸값이 급등하면서 실리콘밸리 IT기업에서 훨씬 많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역동적인 기업문화와 높은 성취감도 실리콘밸리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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