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늘리는 우리·KB…신한·하나 '신중'

입력 2015-03-25 21:34   수정 2015-03-26 03:48

은행들의 서로 다른 중기대출 영업 전략

새 행장 취임 우리·국민은행, 영업전략 완전 바뀌어
연초부터 적극 영업 돌입
경기 의식한 신한·하나은행, 중기대출 영업 몸사려



[ 박신영 기자 ] 은행들이 한때 출혈경쟁을 벌이던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최근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실적이 부진했던 국민은행이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자산을 늘리고 있는 반면, 신한 하나은행은 비교적 신중한 자세다. 은행권에선 지난해 11월부터 각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차례로 바뀌면서 은행의 영업 색깔도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감vs신중…엇갈린 영업전략

중소기업 대출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지난해 말 대비 2월 말 잔액을 비교해 보면 국민은행은 1조3047억원, 우리은행은 1조8653억원 늘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행장이 지난해 11월 취임하면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KB사태’로 취약해진 영업을 강화해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허인 국민은행 전무는 “인사가 늦어지면 영업 드라이브도 늦어졌지만 올해는 인사가 지난 연말 마무리돼 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이광구 행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행장은 일선 영업 현장에 분기별 실적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민영화를 앞두고 제값을 받기 위해선 고객기반 확대와 자산 성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450억원, 하나은행은 3033억원 늘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 의지는 있지만 과연 실물경제에서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 대출도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 은행 관계자는 “1~2월에는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확정하기 전이라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기 힘들다”며 “3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대출 딜레마도 문제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영업 전략은 다르지만, 고민이 있는 것은 비슷하다. 중기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곳은 늘리는 대로, 신중한 곳은 신중한 대로 고민하는 이유가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부실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중소기업들이 계속해서 연명하고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권에서 3조2000억원을 대출받은 벤처기업 모뉴엘이 파산한 것에서 보듯 은행들의 부실한 심사는 곧 손실로 이어진다”며 “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면 훗날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고민은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술금융 등 중소기업 지원을 독려하는 만큼 중소기업 대출실적이 다른 은행보다 부진하면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매년 금융당국이 혁신성 평가 항목에 은행들의 기술금융과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반영하기 때문에 마냥 ‘신중한’ 자세로만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할 수 없다”며 “다른 은행들의 영업실적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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