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이언맨', 재활병원으로

입력 2015-03-26 21:11   수정 2015-03-27 03:57

웨어러블 로봇 기술, 재활의학 직결
집중 육성해 해외 수출 길 열어야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



방송이나 신문에 무기중개상 군수산업 관련 뉴스가 자주 보인다. 군수산업 중에서도 첨단 분야가 로봇기술이다. 로보캅 아이언맨 아바타 등 공상과학영화가 실현되는 분야가 로봇기술을 응용한 군수산업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험로를 마치 ‘600만불의 사나이’처럼 뛰어다닐 수 있게 해주는 병사용 웨어러블 로봇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기술이 유사하게 개발되고 실용화되는 곳이 재활의학 분야다. 보행용 웨어러블 재활 로봇은 병사용 로봇과 원리가 똑같다. 이용하는 사람과 로봇이 내는 힘의 강도가 다를 뿐이다. 일본의 사이버다인이라는 회사에서 하반신이 마비돼 스스로 걷기 힘든 척수손상 장애인, 근육병 환자, 근력이 약한 노인이 착용하면 혼자 걸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상용화해 시판하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도 척수를 다쳐 다리가 마비된 장애인이 착용하고 스스로 걸을 수 있는 보행용 로봇을 개발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인구 증가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 중 하나가 재활로봇산업이다.

한국이 군수산업과 선진 의료시스템을 갖춘 선진국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국내에는 우수한 공학자들이 많고,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미 기본적인 기술과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기술과 연구력을 가진 재활의학 전문의 또한 충분하다. 필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다. 정책적으로 공학자와 의학자가 협력해 장애인과 환자들 수요에 맞는 제품을 처음부터 같이 연구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임상연구도 병행해 식약처에서 의료·재활기기 인허가를 받고, 치료에 적용하면 건강보험에서 적절한 수가를 지급해줘야 한다. 그래야 세계에 자동차를 수출하듯 재활로봇도 수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재활의료기기 ‘중개 임상연구’이고 의료 산업화의 첩경이다. 미래에 가장 경쟁력 있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재활병원이 있다면 이런 연구가 한 건물에서 이뤄지는 연구중심 병원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재활병원으로 꼽히는 시카고재활연구소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지원으로 전국에 6개 재활병원이 건립됐고 추가로 재활병원 건립이 예정돼 있다. 새로 만드는 재활병원 중 적어도 하나는 집중 투자해야 한다. 장차 시카고재활연구소에 버금갈 만한 연구중심 재활병원으로 만드는 보건당국의 지혜가 절실하다.

방문석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msbang@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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