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선 기자 ] 일본 기업들이 20년 경기 불황을 뚫고 화려하게 살아난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과 일본 기업을 오래 연구해 온 오키 히로미 일본국제무역투자연구소 사무국장, 야노 가즈히코 미즈호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왼쪽부터)은 그 비결로 ‘정부 정책과 엔저(低), 고유의 원천기술, 20년 경기 불황을 통한 교훈’을 꼽았다.
엔저와 법인세 인하 등 정부의 친기업 정책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오키 사무국장은 “캐논이 일본 생산 비중을 40%에서 60%로 늘리는 등 일본 기업의 ‘유턴’이 늘고 있다”며 “일본이 ‘사업할 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의 투자도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기업 특유의 강점이었던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장기 불황에서 얻은 교훈을 가미해 경쟁력 있는 분야를 개척한 것도 일본 기업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폐쇄적 현상을 보였다. 그 결과 2000년대에 접어들며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역전을 허용했다. 야노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기술력만 믿고 방심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핵심 기술과 트렌드를 연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도 “일본 기업은 한국에 추월당한 과거를 반성하면서 ‘단품’보다는 ‘시스템’을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히타치는 발전소를 지을 때 송배전 시스템, 스마트그리드, 정보기술(IT) 솔루션 등을 일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그렇게 일본이 찾아낸 미래 먹거리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동차, 화학, 소재 분야와 기업 간 거래(B2B) 아이템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키 사무국장은 “자동차가 경량화되고 무인차 등 ‘스마트카’ 시대가 오면 일본 자동차의 앞선 기술력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일본이 스마트폰과 TV에서 부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급부상하는 소재나 인프라 등 B2B 쪽에선 한국 중국이 따라갈 수 없는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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