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투자, 도시재생지역 저평가된 물건 노려야"

입력 2015-03-30 07:00  

고수에게 듣는다 -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

임대수익률 지나치게 높은 빌딩, 세입자와 특수관계인 경우 많아
소유주 바뀌면 수익 낮아질수도

서울역·세운상가등 27곳 맞춤형 재생사업 주시해야
부모·자식 공동투자도 늘어날듯



[ 김병근 기자 ]
“사상 첫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렸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가 줄어들어 그만큼 자기자본(현금)을 적게 들여 투자할 수 있습니다. 빌딩 투자가 꿈이었던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금리 인하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습니다.”

빌딩 매매 전문업체인 알코리아에셋의 황종선 대표(사진)는 “중소형 오피스 빌딩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미국과 유럽이 경제 위기를 겪으며 아파트 신화는 깨졌다”며 “오피스 빌딩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그 위상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국내 오피스 빌딩 시장은 공급 부족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했다. 황 대표는 “계속된 저금리 기조로 자산가들이 은행 예·적금에?이탈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지만 적정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물건이 부족해 수요만큼 거래가 즉각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서울에서 3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거래 건수는 2012년 525건에서 2013년 609건으로 16% 증가했다. 2014년에는 전년 대비 19.5% 늘어난 728건이 거래됐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물건(공급)만 충분했더라면 손바뀜이 더 많았을 것이란 전망이다. 황 대표는 “금리가 낮아져 조달 비용이 이전보다 적게 드는 것은 호재지만 빌딩 투자의 기본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피스 빌딩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라며 “최근 몇 년 동안 연평균 공실은 얼마였는지, 임대료는 적정한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근에 있는 오피스 빌딩 대비 임대 수익률이 비상식적으로 높을 때는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했다. 이런 경우는 세입자가 빌딩 소유주와 특수 관계인인 때가 많은데, 소유주가 바뀌면 종전 임대료 체계뿐만 아니라 임대 자체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체 세입자의 면면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화두로는 ‘도시재생’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서울역과 세운상가 등 27곳을 맞춤형 재생하는 내용의 ‘도시재생 종합계획’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해 특징 중 하나가 동대문 인근에서 빌딩 거래가 활발했던 것”이라며 “도시재생의 직접 수혜를 보거나 인근에 있는 빌딩에 대한 관심이 올해는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강남은 개발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빌딩 몸값이 크게 뛸 대상이 거의 없다”며 “도시재생 대상지가 될 수 있는 낙후 지역 위주로 저평가된 물건을 노려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소형 빌딩이 가장 많았던 곳은 서울 강남권이었다. 강남구가 123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송파구(60건)와 서초구(58)가 그 뒤를 이었다. 강남3구(241건)가 전체의 33%를 차지한 가운데 동대문구(49건)가 4위였다. 황 대표는 “동대문 일대가 재개발 지역에서 해제됨에 따라 토지와 빌딩 등 소유주들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 가운데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자식의 공동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황 대표는 예상했다. 투자 시점부터 상속을 염두에 두고 함께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100억원짜리 빌딩을 부모가 70억원, 자식이 30억원 투자해 매입하는 방식이다. 그는 “부모가 혼자 사서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주는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지금은 처음부터 같이 투자하는 추세”라며 “상속 시점에 부모의 채무를 같이 넘기면 단순 증여보다 세금에서 더 유리할 수 있는 것도 이런 공동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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