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해외 메신저 경쟁에서 카카오톡이 들어갈 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판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만큼 서둘러 입지를 굳혀야 한다"
다음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속도에 대한 불안감이 서려있다. 자칫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카카오톡이 신흥 시장으로 공략했던 동남아시아가 모바일 메신저의 격전지가 됐듯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카카오가 합병 이후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게임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현지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 카카오톡 이용자 확대 적기 놓쳐…후발주자 속속 '추월'
다음카카오는 구 카카오 시절 동남아 시장에서 모바일 메신저의 주도권을 뺏긴 경험이 있다. 네이버 '라인'보다 먼저 서비스를 내놓고도 이용자 수에서 역전당한 것이 단적인 예다.
2010년 3월에 출시된 카카오톡은 같은 해 11월 영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2011년 10월부터 스페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12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인의 경우 2011년 6월 일본에서 출시된 후 다국어 서비스를 지원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던 라인은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통신비가 비싼 일본에선 무료통화 기능을 카카오톡보다 먼저 추가했다. 현지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현지화 전략은 성장 속도에 차이를 가져왔다. 카카오톡보다 6개월 빠른 2013년 1월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후 빠르게 격차를 벌렸다. 현재 라인의 글로벌 월간활동이용자(MAU)는 1억7000만명 가량으로 카카오톡보다 3배 이상 많다.
경쟁 메신저들 역시 동남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갔다. 바이버의 경우 베트남과 필리핀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텐센트의 위챗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에서, 페이스북의 왓츠앱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카카오톡은 해외 진출보다는 앱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며 "기능이나 사용자 환경 측면에선 카카오톡이 어느 글로벌 메신저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해외 이용자들의 첫 번째 메신저 경험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이미 시작된 중국의 '역습'…"현지 공략 속도내야"
다음카카오가 전략적으로 뛰어든 중국 게임 시장도 녹록찮기는 마찬가지다. 현지 사업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는 성장의 씨앗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중국 현지 법인인 '다음카카오차이나'를 통해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게임 개발사와 현지 플랫폼 사업자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 중국을 공략하겠다는 것.
다음카카오가 기회의 땅으로 삼은 중국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은 시장으로 꼽힌다. 변수가 다양한 사업 환경에 적응하는 한편 현지 업체들의 성장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손익분기점을 유지하는 게임은 전체의 5%밖에 안 될 정도로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한국이 게임 종주국으로 불리지만 유독 중국에서는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게임사들의 경쟁력은 국내 게임들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기반으로 한국 게임 수준을 이미 추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게임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았을 뿐 아니라 사업 모델도 잘 만들어가고 있다"며 "한국보다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스크가 큰 만큼 중국 진출을 망설이는 국내 게임사들이 많다"며 "다음카카오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안착시키고 성공 사례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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