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풀리면 대규모 개발사업 나설듯
원유 수출 2배이상 늘어…국제유가 하락세
[ 강동균 기자 ]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국과 독일, P5+1)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임박함에 따라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이란 제재는 1979년 이슬람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신정(神政) 체제를 구축했던 이슬람 혁명 후 수십년간 지속돼 왔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면 원유 공급 증가로 인한 유가 하락과 건설 및 상품 부문 수요 확대 등의 변화와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 열려
이란과 주요 6개국의 핵협상은 2013년 11월 이란의 경제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조건으로 기본 틀에 잠정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월에는 이란 핵 포기의 초기 단계 이행조치를 담은 ‘공동 행동계획’을 확정했 ? 7월20일까지 최종 타결을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란 내부 강경파들과 미국 정치권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에 진통을 겪었다. 결국 협상 시한을 두 차례 더 연장해야 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이란의 핵활동 통제 정도와 시기, 경제제재 해제 속도 등 세 가지였다.
그동안 이란에 대한 제재로 세계 각국은 △금융거래 △에너지·조선·항만 △철강 등 원자재와 반제품 금속 △자동차 조립과 관련한 거래 등에서 제한을 받아왔다. 핵협상 타결로 원유 수출이 재개되고 금융제재로 막혔던 해외자본이 유입되면 이란 정부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경제 규모는 세계 19위다. 주요 중동 국가의 경제가 원유산업에 집중돼 있는 반면 이란은 농업(10%), 제조업(10%), 서비스업(35%), 광업(45%) 등으로 산업이 다변화돼 있다. 경제 성장과 잠재적 투자가치 등에서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교육수준이 높은 75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중산층도 두터워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각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특히 이란과 가장 가까운 ‘경제 파트너’인 독일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이란과 긴밀한 무역관계를 유지해 온 유럽 기업들의 이란 진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핵협상 타결로 외국 투자자들이 이란에 앞다퉈 몰려들 것”이라며 “이란 수도 테헤란의 주요 호텔은 이미 현지 상황 브리핑과 견학을 희망하는 서방 비즈니스 전문가들로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
이란 핵협상 타결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에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방 국가의 제재가 완화돼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란은 현재 수출 목적으로 약 300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저장하고 있다. 경제 제재가 풀리면 원유 수출 제재가 추가되기 이전인 2012년 수준의 하루 평균 250만배럴가량이 세계 원유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52만배럴에 이르지만 핵 문제로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하루 평균 100만배럴로 수출이 제한돼 있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몇 개월 안에 수출량을 하루 100만배럴 늘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란이 당장 산유량을 늘리지 않아도 원유 재고를 풀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상 타결에 앞서 국제 유가는 이미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의 가격은 전일보다 1.08달러(2.22%) 하락한 배럴당 47.6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18달러(2.10%) 떨어진 배럴당 55.11달러에 거래됐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세부안 도출 및 여론 등을 감안해 이란에 대한 제재가 단시일 내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란이 원유 수출 대상국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으로 원유 수입을 줄였고, 유럽은 아프리카와 남미로 이미 수입처를 바꿨기 때문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