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노트] "연봉 2천 더 준다 해도"…한 리서치센터장의 고충

입력 2015-04-03 07:22  

[ 박희진 기자 ] 며칠 전 만난 한 증권사의 A 리서치센터장은 양손 가득 노트북과 파일 자료를 들고 나왔다. 이날 하루에만 3개의 세미나가 있다는 그는 조심스레 최근 고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는 그의 요즘 고민은 '사람 부족'이다. 업황이 살아나서 일손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 리서치센터를 떠난 애널리스트(기업 분석가)들이 늘면서 주요 업종이나 종목을 맡을 인력 마저도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62개 회원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총 1166명이다. 1년 전에 비해 136명이 줄었다. 2010년 이후 꾸준히 1400~1500명 수준을 유지해온 애널리스트 수는 지난해 1300명 초반대로 급감하고, 올 들어 1100명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증권가 인력난의 1차적인 배경은 지난 3년여동안 여의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칼바람이다. 그동안 증권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부분 계약직인 애널리스트들이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돼 직장을 떠났다.

특히 당시 구조조정의 주요 타깃은 리서치센터에서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었던 RA(보조 애널리스트)들이었다. RA는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단계로, 보통 3~4년의 RA 시기를 거쳐 애널리스트가 된다.

A리서치센터장은 "당시 구조조정 당한 RA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더라면 지금 가장 활발하게 활동?연차가 됐을 것"이라며 "'허리급'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필요한데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타의에 의해 회사를 떠난 이들이 있다면 최근에는 스스로 사표를 던지는 애널리스트들도 늘었다. 업황이 어려워진 탓에 애널리스트에 대한 증권사의 처우가 과거만큼 좋지 않은 데다 업무 강도나 근무 환경도 나빠졌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이 근무 환경을 떨어뜨리고, 구직자들은 힘든 리서치센터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B리서치센터장은 "증권업계를 떠나 일반 기업이나 연구소 등으로 가는 애널리스트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인력이 빠지면서 대형주나 지주회사 등 최근 이슈가 많은 쪽을 전담할 애널리스트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하루에 7~8개 세미나를 소화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며 "업무 강도를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소연했다.

애널리스트의 이직도 부쩍 줄어들었다.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다른 직업보다 잦은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리며 '증권가의 꽃'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력 애널리스트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불안한 고용 여건과 어두운 업황 속에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감 등이 애널리스트 이직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A리서치센터장은 "연봉 1000만원~2000만원을 더 받고 부담을 느낄 바엔 안정적으로 현 직장에 있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이직을 하더라도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아닌 일반 기업의 IR부서 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리서치센터장은 넥타이를 고쳐 매고 오후 세미나를 위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여의도에도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시름이 깊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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