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리포트] 주식 美→유럽, 채권 유럽→美…글로벌 뭉칫돈 '빅 체인지'

입력 2015-04-05 21:35  

주식자금, 유럽에 한달새 201억달러 '밀물'
美 채권형 펀드엔 1주일새 45억弗 들어와
亞 주식투자금, 한국 '유입'…대만은 빠져



[ 이심기 기자 ]
#1. 지난달 유럽에는 매주 50억달러가 넘는 외국인 주식투자금이 밀려들었다. 3월 첫째 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식펀드에 51억달러가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둘째 주와 셋째 주에도 53억달러씩 마치 정기예금을 하듯 투자금이 몰렸다. 이렇게 4주간 들어온 자금만 201억달러. 유럽중앙은행(ECB) 양적 완화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고 들어온 돈이었다.

#2. 지난달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19일부터 1주일간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에는 45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 인상에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주춤하던 미 국채 투자 수요가 다시 커진 탓이다.

국제 자금시장이 제각각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Fed와 ECB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안전성과 고수익률을 좇아 움직이는 투자금도 줄타기를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자금을 끌어당기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은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 단기차익 노린 주식자금 ‘밀물’

지난 한 달 동안 독일 닥스(DAX)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1,966.17로 31일 증시를 마감했다. 월 상승률은 4.95%에 달했다. ECB의 양적 완화와 유로화 약세의 최대 수혜국인 독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집중된 영향이었다. 최근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포르투갈도 증시 대표지수인 PS120지수가 지난달 4.90% 오르며 5968.53까지 뛰었다.

글로벌 펀드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8주간 유럽으로 들어온 주식투자금 누적액수는 393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주식투자금 순유입 규모인 1121억달러의 35%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1분기의 320억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랠리를 이어온 미국 증시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632억달러의 외부 자금이 북미 지역 증시에 순유입됐지만 올해는 정반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8주간 미 증시를 빠져나간 외부 투자금은 204억달러. 지난해 들어온 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가 순유출된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지난해 뉴욕 증시를 달궜던 자금이 올해는 차익을 모두 챙겨 대서양 건너편인 유럽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흥국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 4주간 아시아 시장에서 51억달러, 남미시장에서 9억달러 등 신흥국 전체적으로 86억달러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보고서에서 유럽 기업들의 이익이 개굘품?있다며 비중 확대를 추천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달러화 강세로 인한 이익 감소를 이유로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미국으로 다시 몰리는 채권투자

증시 분위기와는 달리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공적 연금과 장기투자자들은 유럽 비중은 낮추는 대신 미국 비중을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 연금의 자산운용회사인 APG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ECB 양적 완화로 유로존 국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금리 하락)하면서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신용등급 BB로 정크본드 등급인 포르투갈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지난 2월 말 연 2% 밑으로 떨어진 뒤 최근 1.7% 전후에 거래되면서 AA+인 미 국채 10년물의 연 1.8%보다 오히려 낮다. 유로존 국채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로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미국으로 유입되는 채권자금은 크게 늘고 있다. 실제 ECB의 양적 완화 발표가 있었던 지난 1월 유로존 채권시장에서 197억유로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반면 이 기간 동안 미 채권펀드로 유입된 외부자금은 400억달러에 달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Fed가 예상보다 점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중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선진국, 특히 미국으로의 채권자금 유입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당분간 미 국채를 노린 자금의 유입은 증가할 전망이다.

아시아는 펀더멘털에 따른 차별화

지난달 외국인의 아시아 주식 순매수 금액은 전달보다 61% 감소한 26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국제금융센터가 블룸버그 자료를 이용해 지난달 외국인의 아시아 주식 순매수 금액을 분석한 결과다.

국가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이 24억8700만달러로 최대 순매수국으로 올라선 반면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주가가 2.8% 올랐지만 대만은 0.4%, 베트남은 7.0%나 하락했다.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정부지출 감소, 경기하락과 자국 통화인 루피아의 약세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대외 취약성이 큰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이 주식과 채권 등 상품 특성에 따라 유럽과 미국으로 집중되면서 신흥국의 경우 경제 여건과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 유출 정도가 차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간체이스도 최근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의 차입비율이 증가하고, 성장률은 하락하고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투자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신흥국에 대해서는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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