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국내 기업 4곳 중 3곳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인상할 경우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절반 이상의 기업은 세금을 올리기 전에 재정 집행의 효율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기업 400개를 대상으로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기업 인식’이란 주제의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6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기업과 중견기업 200곳 중 75.5%가 “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 시 경제 활력 감소로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17%는 “투자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 곳은 7.5%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35%는 법인세 증세 논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업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34.3%는 국제 조세를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법인세 증세를 거론하는 것이, 18%는 국민적 합의 없이 법인세 증세를 거론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의 60.3%는 2008년 이후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했지만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이고 기업 소득 환류세제 등을 도입해 실제 세부담은 줄지 않았다 ?답했다. 나머지 39.7%는 “법인세율을 내렸으니 세부담 감소 정책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전체 조사 대상 400개 기업 중 55%가 국가 재정을 개선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재정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지목했다. 복지 지출 수준 재점검(24.3%)이 다음으로 많았고 비과세·감면 정비(11.5%)와 세율 인상(9.2%) 등이 뒤를 이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세를 논의하기 전에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며 “중복·유사 사업을 방지하고 객관적인 사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재정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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