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허겁지겁 땜질하는 연말정산 세제 개편

입력 2015-04-07 20:38  

정부가 어제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은 일단 수그러들 것 같다. 보완대책에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 다자녀 및 6세 이하 자녀 추가공제, 출산·입양 세액공제 신설, 연금세액공제 확대 등이 담겼다. 이를 통해 541만명이 총 4227억원(1인당 8만원)을 환급받는다. 2013년 세법 개정으로 세부담이 늘게 된 연봉 5500만원 이하 205만명 중 202만명(98.5%)은 세부담 증가가 전혀 없고, 나머지도 90% 이상 문제가 해소된다는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불만 무마에 급급한 나머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각종 감면이 늘면서 소득세를 전혀 안 내는 면세점 이하 근로자가 2013년 31.6%(512만명)에서 50%에 육박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국민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皆稅主義)를 정부 스스로 허물어버린 셈이다. 게다가 소급적용 금지 원칙도 연말정산, 재정산 와중에 온데간데 없어졌다.

세제 공평성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공짜복지는 모두가, 세부담은 상위층에만 전가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번 보완대책으로 5500만원 이하는 실효세율이 2013년 1.32%에서 1.16%로 내려간 반면 7000만원 초과는 10.67%에서 11.84%로 높아져 실효세율 격차가 8.1배에서 10.2배로 확대된다. 연봉 1억원 부장의 세부담이 연봉 5000만원 과장의 10배가 넘는 게 공평과세인가.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여론에 휘둘리면서 우왕좌왕하고 비논리적 대책을 급조해 쏟아낸다는 점이다. 무상퍼주기로 재정을 거덜 낸 정치인들이 틈새를 비집고 마치 세금을 깎아주는 백기사처럼 행세하는 것도 꼴사납다. 물론 정부가 다자녀 공제, 연금저축 공제 등을 줄여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역행한 것은 보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세금폭탄론에 놀라 무조건 깎아주는 것이 보완대책일 수는 없다. 급할수록 논리적이어야 한다. 연말정산 보완대책은 두고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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