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하락의 의미
과거 부(富)의 증가 요인은 금리와 시간이었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에 여윳돈을 장기간 예치하면 목돈이 만들어지니 투자자들은 비교적 손쉽게 부를 늘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예금 금리를 인하하고 있어서다. 1년 예금 금리는 최근 연 1.74%까지 낮아졌다. 그동안 금리에 둔감하던 투자자조차 저금리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금리 변화는 가계의 재테크 계획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효과를 적용해 예금 잔액이 두 배로 불어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연 5% 안팎의 예금 금리를 지급하던 2000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기간은 15년이다. 100만원을 예금하면 15년 뒤 200만원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의 연 1.74%의 금리를 적용하면 어떨까. 무려 41년이란 시간이 나온다. 여기에 세금(15.4% 가정)까지 고려하면 49년으로 늘어난다. 금리 수준이 조금만 낮아져도 예금을 통한 장기 자산 증식 속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자산 관리의 어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작은 금리 차이에도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발빠르게 찾아나서야 한다. 예금에서 다른 투자상품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저금리의 대안, 채권 투자
그렇다면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게 최선일까. 예금에 가입하던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얻기 위해 주식처럼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분산 투자 차원에서 소규모 자금을 주식에 넣을 수 있겠지만 목돈을 투자하긴 어렵다. 예금과 비슷한 고정수익 구조를 갖춘 상품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조금 더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조금 더 높은 고정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상품이 채권이다. 채권은 예금과 같이 정해진 만기까지 확정이자를 지급하는 금융 상품이다. 물론 큰 차이도 있다. 예금은 예금보험공사에서 5000만원까지 지급을 보증하지만 대부분의 채권은 발행회사의 신용도에 의존한다. 회사가 돈이 없으면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그래서 재무 상태가 아주 우량한 기업은 예금 금리 수준의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높은 금리로 발행한다.
국내 채권시장은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무상태가 아주 나쁜 기업이라면 채권 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부도 위험 감안해야
투자자들이 예금 금리보다 충분히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투자적격 신용등급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게 좋다. 채권은 발행 회사의 부도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그 위험만큼 높은 금리를 얻게 되는 구조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A’ 정도 신용등급을 갖춘 채권을 선호해왔다. 투자적격 10개 등급 중 중간인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최근 A 신용등급 3년 만기 회사채의 평균 유통금리는 연 2.6%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이보다 3단계 낮은 ‘BBB’ 등급의 경우 연 6.5%로 차이가 확 벌어진다. 같은 신용등급이지만 훨씬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중견 건설업체 채권이 다수 몰려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줄줄이 신청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동양, STX, 웅진홀딩스 등 대기업그룹 계열사들도 법정관리 신청으로 채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통계적으로 볼 때 채권의 부도 위험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 집계에 따르면 투자적격 등급 기업의 부도율은 지난 3년간 평균 0.39%에 불과했다. 과거 15년 동안의 누적 기업 부도율도 2.82%로 낮은 수준이다.
투자원칙 확실히 수립해야
저금리 상황에서는 안전하게 부를 늘릴 수 있는 수단을 찾기 어렵다. 자산관리도 그만큼 어렵다. 기존에 예금 중심으로 자산을 관리해온 투자자라면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예금과 유사한 수익 구조를 가진 채권 투자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채권을 고를 때는 자신의 투자 원칙에 부합하는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 무작정 금리가 높은 채권을 골랐다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먼저 전문가와 상담하고 분산 투자와 적정 잔존만기 등 자신이 세운 원칙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투자 대상은 가급적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의 검증을 받은 채권으로 한정하는 게 좋다. 증권사나 은행들은 채권을 판매하기 전 발행 기업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자사 고객에게 해당 채권을 판매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과적으로 믿을 만한 금융회사가 판 채권의 실제 부도 가능성은 채권평가사의 기업 부도율보다 낮아지게 된다.
이상목 < 한화투자증권 투자컨설팅파트장 199112821@hanwha.com >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 部?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안심전환대출 '무용지물'…아파트담보대출 금리비교 '돌파구'
[스타워즈 왕중왕전] 참가자 평균 누적수익률 20%돌파! 역대 최고기록 갱신중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