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쇠퇴, 자식세대 부담 키워
공무원·군인연금 당장 개혁해야"
현진권 < 자유경제원장 jinkwonhyun@gmail.com >
작년 국가결산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1121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3%(93조3000억원) 늘었다. 국가부채 증가율이 3% 이내인 경제성장률의 3배에 육박한 것이다. 공무원과 군인들의 퇴직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충당부채)이 643조6000억원으로 47조3000억원 늘었다. 전체 국가부채 증가분의 절반가량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증가분인 것이다.
공무원 및 군인연금은 처음부터 잘못 만들어졌다. 연금은 본인이 낸 만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발시대에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 및 군인에 대한 경제적 배려 차원에서 적게 내지만 더 받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제 환경이 변해 공무원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직업이다. 이런 환경변화에 따라 공무원 연금도 탄력적으로 혁신돼야 하나, 정치권은 이를 외면했다. 그 결과 공무원 퇴직금의 30%를 국민이 부담해야 할 지경에까지 왔다.
연금제도는 본질적으로 개혁하기 어렵다. 연금제도의 폐해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장기간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연금분야의 부채도 앞으로 75년간 발생할 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결과다. 따라서 분명히 발생할 미래의 현실이지만, 너무 먼 미래에 발생하므로 정치권에선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정치인의 시각은 4년 혹은 5년 정도다. 이 기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앞다퉈 개혁하려 하지만, 먼 미래에 발생할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는 게 그들이 사는 방법이다. 앞으로 70여년간 발생할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지금 공무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면, 정치인에게 그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다. 연금개혁의 주체는 정치인이지만, 정치적 지지만을 생각하는 정치구조 속에서 개혁은 불가능하다. 지난 모든 정권에서 공무원 연금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모두 실패한 이유다. 연금정책은 ‘정치실패’를 발생시키는 대표적 영역이다.
국가부채는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 부담배분의 결과다. 그리스는 1980년대부터 부모세대가 벌인 ‘공짜복지 파티’를 자식세대에 부담케 함으로써, 지금 자식세대가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는 1960년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부모세대가 아껴서 자식세대에 부를 넘겨줌으로써 경제기적을 만들어냈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런 부모세대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부모세대에서 가난을 끝내고, 자식세대에 더 나은 세상을 넘겨주려는 수많은 ‘덕수’들의 마음이 모여서 국가발전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주역은 정치인들이다. 무상복지를 앞세우면서 자식세대의 부담으로 부모세대가 즐기라고 부추기고 있다. 지금도 정치계절만 되면, 정치인들은 무상복지를 ‘정치경쟁’으로 삼아서, 자식세대의 부담을 높이는 공약을 개발한다.
현행 공무원 연금구조로는 자식세대의 부담 수준이 점차로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전망을 볼 때, 한번 공무원이었던 사람에겐 커다란 축복이겠지만 재정 측면에서 보면 국가적 재앙이다. 공무원은 국민에 봉사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으로 인해 이제 국민이 공무원에게 봉사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공무원 연금개혁은 빨리 이뤄져야 그만큼 국민부담이 줄어든다.
정부는 모처럼 공무원 연금개혁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우리 정치구조상 어려운 결단이지만, 자식세대를 생각하면 당연히 지금 개혁해야 한다. 개발시대에 부모세대는 자식세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지금 공무원 세대는 자신의 노후소득을 자식세대에게 짐 지움으로써 자식세대에 경제퇴보를 넘기려는가.
현진권 < 자유경제원장 jinkwonhyun@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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