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약진하는 한국기업] 韓·中 FTA 시대…'대륙의 별' 꿈꾸는 한국 기업들

입력 2015-04-09 07:10  

AIIB 가입 앞둔 한국
중국시장 공략 가속

현대車, 현지생산 1000만대
삼성, 금융으로 협력 확대
LG, 생산법인 34개 운영
SK, 시노펙과 화학 프로젝트



[ 정인설 기자 ]
중국의 기세가 매섭다. 경기침체라고 하지만 여전히 내수 중심으로 연 7%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고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밖으로는 ‘뉴 실크로드’ 정책을 뒷받침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립해 53개 나라를 회원국으로 끌어들였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넘어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 오랜 기간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 왔다. 1992년 공식 수교 이후 양국 교류 범위를 넓혀왔다. 교역량도 늘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역시 중국의 4대 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올해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해 연간 2300억달러인 양국 교역 규모가 3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수출을 늘리는 것은 기본이고 현지에 공장을 지어 중국 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중국 내수 시장을 노리는 가전제품이나 화장품, 식음료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삼성은 중국과 협력 범위를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중국 최대 국영기업 중 하나인 시틱그룹과 증권업 업무 협약을 맺었다. 향후 자산운용을 비롯해 다른 금융 부문으로 협력 관계를 넓힐 계획이다. 삼성은 그동안 중국 내 제조업 기지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스마트폰과 TV 같은 완제품은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중국은 주요 부품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쑤저우에 LCD(액정표시장치) 생산 라인을 건설한 데 이어 작년 5월 시안에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완공했다.

현대자동차는 2002년 중국에 진출한 뒤 13년 만에 중국 누적 생산량 10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 4개 공장과 기아차 3개 공장을 통해 195만대 생산 체계를 갖췄다. 증산을 위해 생산 시설도 늘리고 있다. 지난 3일 창저우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3분기 중 충칭에 30만대 규모 5공장 건설의 첫 삽을 뜬다.

1993년 중국에 진출한 LG는 6개 계열사를 통해 34개의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진출 초기인 1990년대엔 노동 집약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치중杉摸?2000년대엔 연구개발(R&D)센터를 지어 현지 완결형 사업기반 구축에 주력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엔 주력 사업 분야의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하고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SK는 1990년 푸젠성에 비디오 테이프 공장을 건설하고 1991년 베이징 지사를 설립했다. 작년 1월엔 그룹 역사상 최대 중국 투자 사업인 ‘우한 화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노펙과 손잡고 우한시에 있는 나프타 분해시설을 양산할 방침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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