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일방적인 결렬 선언으로 6개월간 90여회의 논의는 수포가 됐다. 협상 막바지에 일반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근무 확대,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안건에 대해 ‘5대 수용불가 사항’이라고 들고나온 것을 보면 처음부터 시간끌기 협상이었다는 비판부터 면키 어려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 빼고 당근책만 논의하자면 개혁이 아니라 특혜를 창설하겠다는 전략에 다름 아니었다. 이번에 노·사·정이 고용방식과 임금구조만 바꿔도 향후 5년간 98만개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경영자총협회의 보고서도 협상장에 올라갔었다. 자식 세대의 원망에 노동계는 뭐라고 대답할 텐가.
정부는 더 이상 귀족노조들에 기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 됐다. 한국노총은 “1800만 노동자와 100만 조합원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진정 사과해야 할 대상은 청년백수를 비롯한 수백만 실업자들이다. 양보는커녕 요구만 늘어놓으며 이들의 취업을 소수 노동귀족들이 막고 말았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노동계의 협상 태도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노총은 4월 총파업을 예고했던 민주노총과 연대해 장외로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노조도 연금개혁에 반대하며 오는 24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소명의식을 갖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유령이 한국노총을 흔들어왔다는 평가가 노·사·정 협상테이블에서 들려왔다. 정부가 용기를 내는 수밖에 없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