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도입 여부를 당론으로 정하는 새누리당의 2차 의원총회를 앞두고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 원내대표)이 장외논쟁을 벌였다. 둘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포함해 선거 ‘룰’을 정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
심 원내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움직임에 대해 “정당의 책임인 공천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중복선거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비해 박 의원은 “여당이 청와대 거수기 역할에서 해방되고 야당이 계파정치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오픈프라이머리가 해답”이라고 찬성론을 폈다.
당내 특정 계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다 야권 내 합리적 진보를 자처하는 두 여성 의원의 인식차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오픈프라이머리 논쟁은 겉으로 보기에는 투명 공천의 장점과 정치 신인 등용의 단점 사이에서 갈리는 것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진짜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야 정치적 이해득실을 비롯해 지역구·선수(選數)에 따라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몇몇 정치인의 결단만으로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될 수 없는 이유다.
이날 새누리당 의총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내년 20대 총선부터 적용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정당 민주주의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의지가 적극 반영돼 예정된 찬반토론을 생략한 채 부랴부랴 추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식 예비경선제도인 오픈프라이머리가 한국적 정치 지형에 적합한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50% 안팎인 총선 투표율을 감안할 때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 유권자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도 의문이다.
국민이 원하지도 관심도 없는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 스스로는 투명 공천을 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자기 고백이란 지적도 나온다.
집권 여당의 추인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는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협상과정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닌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내놓는 것은 오로지 여야 정치권의 몫이다.
손성태 정치부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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