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이란] 이란 인구 절반이 25세 이하…서구화 '급가속'

입력 2015-04-10 07:00  

이란의 사회·종교·문화


[ 임근호 기자 ]
검은 차도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쓴 이란 여성의 모습은 1979년 이란 혁명의 산물이다. 이전까지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근대화된 나라였다. 1936년 차도르 착용을 국가적으로 금지하면서 여성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닐 수 있었고, 1963년엔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지나친 서구화와 그때까지 이란을 다스리던 팔레비 왕조의 비민주적인 통치가 국민적 반발을 불러왔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주도로 민중 봉기가 일어났고 결국 1979년 정권이 바뀌었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신정(神政)국가로서의 이란은 그때 탄생했다.

대통령 위에 최고지도자

이란의 공식 명칭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다. 실제로 민주적인 보통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주기적으로 선출한다. 그러나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위에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또 하나의 정부가 있다. 국가의 절대 권력은 ‘최고지도자’라 불리는 종교 지도자에게 주어진다. 1979년 이란 혁명의 주역인 호메이니는 1989년 숨을 거두기까지 최고지도자를 지냈다. 지금은 2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란을 통치하고 있다.

이란에서 호메이니의 영향력은 북한의 김일성과 맞먹는다. 이란의 모든 지폐에는 호메이니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거리에서도 항상 표지판과 포스터에 실린 호메이니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공항, 사무실, 레스토랑 등 어느 곳에서나 호메이니의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다. 최고지도자는 법적으로도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 선출된 대통령의 인준과 해임,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슬람 지도자들로 구성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와 협의해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전쟁 선포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호메이니의 통치 아래서 이란인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살아야 했다. 음주가 전면 금지됐고, 이성 간 신체적 접촉을 막아 악수를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릴 때부터 남녀가 분리돼 학교를 다니고, 버스와 지하철에는 여성 전용 차량이나 전용칸이 마련돼 있다.

“중동에서 가장 덜 종교화된 국가”

이란도 변하고 있다. 호메이니는 죽었고, 이란 혁명이 일어난 지 30여년이 지나면서 엄격한 이슬람 통치도 많이 퇴색했다. 강경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이어 중도개혁파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2013년 당선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덜 종교화된 국가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이란의 모든 공공기관에는 기도실이 있지만 기도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에도 잘 안 간다. 공컥岵막?음주가 금지돼 있지만 몰래 수입해 마시거나 직접 술을 만들어 마시는 일도 빈번하다. 여성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온몸을 감싸는 차도르 대신 히잡으로 얼굴만 둘러싸는 경우도 많다.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선 이제 남성과 여성이 어울려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학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성비가 2 대 1에 달해 남학생 쿼터를 도입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서구화도 거침없다. 인터넷 덕분이다. 국가적으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접속이 차단돼 있지만 젊은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페이스북에 가입해 있다. 인터넷으로 미국 드라마를 보는 일도 일상이다. 이란 인구 7745만명 중 절반은 25세 이하다. 그만큼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어느 곳보다 빨리 받아들이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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