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월호 정쟁'…포퓰리즘 법안만 쏟아냈다

입력 2015-04-12 20:57  

정치권 과잉 입법 남발

개인 범죄로 가족 등 처벌…연좌제 금지한 헌법에 위배
배임 실형 땐 경영권 회복 제한…기업인 패자 부활 기회 봉쇄



[ 진명구 기자 ]
오는 16일로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는다. 참사가 한국 사회에 던진 충격만큼 ‘제2의 세월호’를 막아야 한다는 논의도 무성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세월호 관련 이슈의 대부분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각종 포퓰리즘 법안을 쏟아냈다. 저마다 처벌 강화를 통해 사회 안전 수준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법안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위헌적 요소가 담겨 있거나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한 내용이 눈에 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격앙된 국민감정에 편승해 인기를 얻기 위해 동료 의원들이 입법권을 남용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명 ‘유병언법’으로 불린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대형 참사를 일으킨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자식 등 일가와 측근까지 관련 범죄로 얻은 재산을 몰수 및 추징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유병언 일가를 겨냥해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5월 발의됐다.

‘범죄로 얻은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개인의 범죄로 가족 및 직장 부하까지 처벌하는 내용은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제3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가능성 등과 관련해 우려가 제기됐지만 여론에 떠밀려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법 통과 과정에 유병언이 사망하면서 법 적용 대상은 사라지고 위헌 논란만 남았다. 한 변호사는 “나중에 법을 적용할 경우 당사자가 반발해 위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이 나 법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병언식 기업 재건’을 막겠다며 정부가 발의해 작년 9월 국회를 통과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도마에 올랐다. 기업이 파산하고 사기·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영자는 해당 기업이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하더라도 10년간 경영권을 다시 인수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두 차례의 채무 탕감을 통해 1997년 파산했던 세모의 경영권을 회복한 유병언의 사례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법은 기업인의 패자부활을 사실상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기업인은 “‘제2의 유병언’을 막기 위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철도부터 항공, 수도, 석유 관련 일을 ‘생명·안전 업무’로 정하고 해당 업종의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제출됐다. 세월호 선원들이 비정규직이라 안전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지난해 10월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했다. 사실상 특정 민간 산업의 고용형태를 국가가 규정하는 것이다. 경영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정책본부장은 “생명·안전 업무를 따로 정해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는 입법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전형적인 과잉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백재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조난 신고를 하지 않은 이준석 선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바탕으로 ‘수난구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장이나 승무원이 조난사고를 신고하지 않아 사람이 사망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난 신고를 하지 않는 것과 사망사고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힘든 사례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킨 범죄자에게 최대 10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했다. 무기징역이 있는 상황에서 100년형을 따로 규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 2조3056억원 -1년 경제 손실액
■ 7만3000개 - 사라진 일자리
■ 76.9% - 10년 이상된 여객선 비율

진명구 기자 pmg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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