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종료 예정 국고지원 계속돼야 건전성 유지
[ 고은이 기자 ]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사진)이 건강보험료율(현재 월급여의 6.07%)을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넓히는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까지 지키려면 현재의 ‘저부담-저급여’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정부의 국고 지원이 줄어들거나 끊길 경우 건보료 인상 압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 이사장은 지난 11일 충북 제천시 건보공단 인재개발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사실 (건강보험이) 저부담-저급여 수준”이라며 “가야 할 방향은 적정 부담-적정 급여”라고 밝혔다. 현재보다 건강보험료 수준을 올리면서 의료 보장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현재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에 비해 낮다.
○“적정 부담-적정 급여 필요”
성 이사장은 “직장 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주는 것까지 감안하면 개인이 (건보료를) 많이 부담하고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필요할 때 관련 부처와 협의해 국민에게 (건보료 인상) 필요성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료 인상폭은 가입자와 병원 등 의료 공급자가 모두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매년 결정한다. 올해 건보료율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최저치인 1.35%만 올렸다. 현재 가입자 월급여의 6.07%로 유럽(12~15%)이나 대만(8.5%), 일본(8.2%)보다 낮다. 지난해 12조8072억원의 흑자가 나는 등 건보 재정이 당분간 버틸만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흑자 기조는 3년 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조여원 흑자액도 의료기관에 지급할 급여를 빼면 실제론 8조원 수준이라는 것.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보장 강화정책에 들어갈 24조원까지 계산하면 결코 재정수지를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이 급증하고 만성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건보 재정엔 치명타다. 주요 만성질환 진료비는 2003년 5조6000억원에서 2013년 17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또 현재 당·정이 논의 중인 건보료 부과체계가 바뀌고 나면 당장 내년에만 1조4000억~1조5000억원의 재정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 지원금도 내년 중단
내년 종료되는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 지원도 지속돼야 한다는 게 건보공단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해당연도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14%)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6%)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은 현행법상 2016년까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건보 재정이 흑자라는 이유로 국고 지원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건보의 중장기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기획재정부는 모호한 법 조항을 근거로 들어 지원을 최소화하고 있다. 올해도 건보공단은 6조1982억원, 복지부는 6조1051억원을 예상했지만 기재부는 5조5716억원의 금액만 주기로 했다.
정부가 내년 이후 국고 지원도 줄이고 건보료 인상마저 부담스러워할 경우 술과 탄산음료 등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붙여 ‘꼼수 증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제천=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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