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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서는 하루가 오롯이 지난다. 아침 해의 눈부심, 한낮의 쨍쨍함, 저녁의 노을, 밤의 달빛이 모두 머문다. 자연과 소통하는 호흡마저 생생하다. 비가 올 때는 빗소리를 벗 삼아 한 잔 술을 기울이고 싶어진다. 대나무를 간질이는 바람의 장난기도 손에 닿을 듯 느껴진다. 이 포근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혼자인데도 혼자가 아니다. 꼭꼭 걸어 잠근 방문을 열고 한옥을 만나러 떠나보자. 창호지에 비치는 산천이 그대로 수묵화로 변하는 신기루를 직접 체험해 보자.
고즈넉한 하루가 시작되는 한옥호텔
한옥은 오랜 세월을 견디고 남아 있는 우리의 문화다. 하지만 실내에 욕실, 화장실 등을 갖춘 도시형 주거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전통 한옥은 불편할 수도 있다. 이럴 땐 한옥호텔로 가보자. 일반 호텔처럼 쉽게 이용하면서도 예스러운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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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라궁
밤하늘 보며 노천탕을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의 부대시설인 라궁(smpark.co.kr)은 2007년 개장한 국내 최초의 한옥호텔이다. ‘신라의 궁궐’을 의미하는 라궁은 총 면적 1만6529㎡의 터에 지어졌다. 한옥 특유의 멋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현대적 편의시설과 특급 호텔의 서비스를 접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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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총 16채가 있고, 각 채에는 3개 이상의 방이 있다. 특이한 것은 집마다 노천 온천탕이 있다는 것. 지하 600m에서 끌어올린 알칼리성 온천수는 피부 미용에 좋고 혈액순환, 신경통, 관절염 등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ㅁ’자형 한옥으로 둘러싸인 노천탕에서 하늘을 보며 즐기는 여유로운 온천체험은 라궁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하나.
투숙객은 역사체험 테마파크인 ‘신라밀레니엄파크’를 이용할 수 있다. 신라시대 가옥을 고증을 거쳐 추정 복원한 귀족마을, 신라를 주제로 한 각종 공연, 방문객이 직접 만드는 공예체험 등이 가득해 가족 여행지로도 알맞다. (054)778-2100
서울 북촌 한옥마을 취운정
오감으로 느끼는 한옥의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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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운정은 왕이 궁궐을 나설 때 머물렀던 정자인 취운정(翠雲亭)이 근처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건축의 지향점은 ‘오감으로 느끼는 한옥’이다. 2010년 보수할 때 원래 있던 기본 골격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한옥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빗소리와 바람소리, 처마와 하늘이 빚는 선의 조화를 살리고자 노력했고, 냉장고나 에어컨 환풍기는 보이지 않게 숨겼다. 한옥의 정취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다.
객실은 안방과 대청방이 있는 안채, 정원을 사이에 두고 별채로 떨어진 사랑채와 별당채로 구성돼 있다. 안채의 안방에는 목가구와 공예품, 청화백자 등을 배치했고, 대청방 안에는 가로로 긴 유리문을 뒀다. 유리문 너머로 북촌 한옥마을의 기와지붕들이 파란 하늘 아래 파도치듯 일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랑채는 작은 다실로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마루를 갖춘 별채다. 방의 쪽문을 열면 꽃이 핀 정원이 있어서 산 속에 있는 듯하다. 모든 방에는 욕실이 있다. 편백으로 제작한 욕조와 도자 타일이 고급 호텔을 연상케 한다. 또한 오후 7~11시 운영하는 찜질 사우나도 이용할 수 있다. (02)765-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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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 정와
한옥마을의 블록버스터 꿈꾸다
경기 일산동구 공릉천로에 들어선 정와(jeongwa.co.kr)는 閣H?한옥마을이다. 금강송 등 고가의 전통 자재를 사용해 만들었으며 전체 건축비를 800억원 이상 들였다. ‘정와’는 ‘편안한 집’이란 뜻. 약 15만㎡의 터에 고택 사대부가옥, 한옥학교, 한옥박물관, 전통혼례장, 구절초 한증막, 황토흙집 등 72채를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울 예정. 현재는 21채를 먼저 선보이고 있다.
정와의 한옥은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재현됐다. 기획에만 10년이 걸렸고 설계에서 완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약 6년이다. 사용된 재료부터 ‘급’이 다르다. 기둥부터 대들보와 서까래까지 금강송을 사용했다. 금강송은 변형이나 뒤틀림이 적어 궁궐이나 사찰을 지을 때 주로 쓰는 최고급 목재다. 기와는 1300~1500도 고온에서 구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경북 고령의 기와를 썼다.
정와에서는 전통한옥 제작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 학생,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당, 다도 예절, 한지·도자기 공예, 천연염색 등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5월31일까지는 야간 빛 축제를 연다. 단아한 한옥마을 전체가 1000만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어우러지면서 형형색색의 빛과 조명으로 물들게 된다. 야간 빛 축제는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평일 기준 성인 8000원, 어린이 5000원. 숙박은 현재 준비 중이며 내부 단장을 마치는 올 하반기부터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031)969-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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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오동재
세계의 VIP가 머물던 곳
전통 한옥의 창살 너머로 보이는 전남 여수의 섬과 바다. 여수 엑스포공원 위에 자리한 오동재(odjhotel.co.kr)는 전통 한옥의 느낌을 살려 만든 신개념 한옥호텔이다. 객실에서 미항 여수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오동재는 여수 엑스포역과 세계박람회장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당초 오동재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숙박 지원 및 관광·숙박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만들었고, 엑스포 기간 세계 각국의 VIP가 투숙했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것은 당연한 일. 덕분에 오동재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 체험형 숙박 부문 1위로 뽑혔다.
역사가 짧은데도 전국의 쟁쟁한 관광명소를 제치고 선정된 것은 그만큼 호평을 받고 있다는 뜻.
겉모습은 한옥 그대로지만 내부에는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갖췄다. 편백나무 인테리어로 삼림욕 효과까지 안겨주는 것은 보너스. 모든 객실에서 여수 야경과 일출을 감상할 수 있고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그저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심신이 치유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남도의 한정식을 선보이는 연회장과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체험 공간을 갖춰 단순 방문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총 32개 객실이 있으며 소형(29가구), 중형(2가구), 단독대형(1가구)으로 구성돼 인원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061)66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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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 호젓하게 즐기는 고택여행
한옥호텔이 생각보다 현대적이라 조금 아쉬웠다면? 전통 ?역사를 자랑하는 '고택'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대로 이어져온 우리 고유의 생활방식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택은 하룻밤 묵고 지나치는 숙박시설의 개념을 넘어선다. 고택 중에는 종부가 직접 집안을 관리하며 운영하는 150년 이상 된 곳도 많다. 집안의 후손들이 여전히 전통문화를 지키고 있는 고택으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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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지례예술촌
빼어난 풍광에 詩想이 절로
경북 안동의 지례마을은 조선 숙종 때 성균관의 대사성(정3품)을 지낸 지촌 김방걸이 처음 일군 후 그의 자손들이 약 350년 동안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온 곳이었다. 1987년 임하댐 건설로 수몰 지역이 되면서 의성 김씨 문중의 종택과 사당, 제청, 서당 등 여러 가옥이 마을 뒷산 중턱으로 옮겨오면서 지금의 지례예술촌(chirye.com)이 만들어졌다. 1989년 국내 최초의 창작예술마을로 문을 열었지만 고택 체험을 원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활짝 열려 있다.
약 350년 된 목조 가옥 10여개 동으로 구성된 지례예술촌은 첩첩산중에 호숫가를 앞에 두고 있는 마을이다. 자연이 내는 소리 말고는 정적과 고요뿐. 옛날 선비들이 즐겼던 한적한 멋을 오롯이 느끼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휴식처다. 지례예술촌은 빼어난 풍광이 가히 예술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주변에는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앞에는 고요한 호수가 펼쳐진 풍광이 절로 시를 읊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지례예술촌 곳곳에는 시가 걸려 있고 손님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도 마련돼 있다. 지례예술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은 ‘별묘’다. 방 2개, 긴 마루 1개의 별채 건물로 정면 2칸, 측면 2칸 구조로 지어졌다. 별묘에 걸려 있는 ‘하남(河南)’이라는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글씨다. 낮에 남쪽 창문을 열면 반짝이는 임하호가 한눈에 들어오고, 새벽에는 호수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볼 수 있어 자꾸만 창문을 열게 만든다. 객실에 따라 숙박 요금이 다르다. 1박 기준 별묘 15만원, 지산서당 18만원. (054)822-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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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 선교장
103칸 한옥서 하룻밤 묵어볼까
강원 강릉의 선교장(knsgj.net)은 고택들 중 흔치 않게 장(莊)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총 103칸의 선교장은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인 가선대부 이내번이 처음 지었다. 이후 10대에 이르도록 발전과 증축을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조선시대 민가의 최대 건축 규모는 99칸. 따라서 103칸은 상당히 이례적인 동시에 당연히 국내 최고·최대로 꼽힌다. 이렇게 선교장이 커진 원인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때문이다. 관동별곡 등장 이후 조선 후기 사대부들에게 관동 유람은 선비로서 꼭 한 번 경험해야 하는 코스로 인식됐는데 선교장은 그 중심에 있었다.
풍류와 사교의 중심지 선교장은 많은 이야기의 보고다. 선교장을 둘러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활래정이다. 연잎으로 가득 뒤덮인 연못 위에 떠 있듯 자리한 활래정에는 많은 시인 묵객들이 다녀가면서 다양한 글씨를 남겼다. 가장 유명한 것은 추사 김정희의 ‘홍엽산거(紅葉山居)’라는 현판으로 ‘단풍이 있는 산에 살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선교장은 규모만큼 화려한 상차림을 자랑한다. 아침 식사에는 부드러운 초당두부가, 저녁 식사에는 시원한 황태국 정식이 나온다. 상에 함께 오르는 된장국은 막된장으로 끓여 맛이 깊고 그윽하다. 통천댁(通川宅) 전골 4인상, 풍류상, 선비상, 수라상 등 선교장의 300년 내림 음식도 맛볼 수 있다. 4인 이상 전일 예약은 필수. 숙박비는 1박 기준 행랑채 7만원, 외별당 10만원. (033)646-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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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독락당
홀로됨이 더없이 즐거워라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의 독락당(獨樂堂)은 조선 중종 때의 성리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회재 이언적의 고택이다. 정쟁에 휘말리며 불혹의 나이로 정치에서 물러나 낙향한 그는 둘째 부인이 살고 있던 독락당의 각 건물들을 대대적으로 고쳐서 현재의 독락당을 만들었다.
독락당은 폐쇄적이고 은둔적인 느낌이 강하다. 세상과는 거리를 두려는 듯하며 자연에 파묻혀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마치 엎드린 듯 건물의 지붕, 마루, 기단 등이 상당히 낮고 둘러싼 벽들도 미로처럼 각 건물들을 숨기는 듯하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계곡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자연을 향해 활짝 열린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과 거리를 두기 위한 혼자’가 아니라 ‘자신과 학문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한 혼자’이니 집 이름처럼 혼자라도 즐거 遲?넘쳤을 것이다.
독락당의 백미는 1533년 완공된 정자인 계정(양진암)이다. 마당에서 보면 한 채의 낮은 건물이지만 마루 위에 올라서면 짙푸른 산과 맑은 계곡이 닿을 듯한 정자로 변한다. 계정에는 눈에 띄는 두 개의 편액이 있다. ‘계정(溪亭)’이라는 편액은 한석봉, ‘양진암(養眞庵)’이라는 편액은 퇴계 이황의 글씨다.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의 글씨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계정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계곡 건너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평평한 바위 위에 높게 솟아 있는 멋스러운 정자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숙박비는 1박 기준 역락재 5만원, 경청재 8만원. (054)774-1950, gjgotaek.kr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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