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만원 송사로 대법원까지 간다는 한국인의 법의식

입력 2015-04-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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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상고 사건 수가 지난해 3만7600여건으로 최근 20년 사이에 무려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대법관 1명당 연간 3100여건씩, 주말도 없이 하루 평균 8.5건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대법원 상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미국(8806건) 영국(259건) 등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법원에 올라오는 형사사건의 4분의 1이 소액의 벌금형으로 끝날 가벼운 사건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6만원짜리 교통범칙금을 내지 않기 위해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소송 남발로 인한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정작 법률적·사회적으로 중요해 대법원의 충실한 심리가 필요한 사건들은 선고가 늦어지기 일쑤다. 최근 5년간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2년을 넘긴 사건만도 민사 1527건, 형사 1858건이다. 2007년에 접수돼 8년째 대법원에서 낮잠을 자는 사건도 있다.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심리를 열기도 점점 어려워져 2012년 28건에서 2013년 22건, 2014년 14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삐뚤어진 법의식부터 문제다. 분쟁이 생겼을 때 협상이나 타협을 통한 해결보다는 ‘법대로’ 끝까지 가보자는 심리가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다. 법에 대한 불신으로 평소에는 법을 잘 지키지 않으면서도 분쟁시에는 더욱 법에 집착하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인다. 힘이나 돈이 있으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도 소송 남발의 원인 중 하나다.

법조에 대한 불신 역시 대법원을 바쁘게 만든다. 통상임금의 경우에서 보듯이 대법원 판결 뒤에도 하급 법원마다 판결이 오락가락이다. 동일한 사건은 동일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보편법정 이념이 재판부 재량으로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판사의 개인적 신념과 이념에 따라 판결이 들쭉날쭉인 경우도 있다. 1심 판결의 30~40%가량이 2심에서 뒤집어지는 것은 바로 그런 결과다. 법원을 못 믿으니 다들 대법원까지 달려가는 것이다. 왜곡된 법의식과 소송 남발, 사법 불신의 악순환이 쳇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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