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외국인 CEO, 희비 엇갈린 성적표

입력 2015-04-13 20:42   수정 2015-04-14 17:39

영업이익 3배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 vs 적자 전환 호샤 한국GM 사장

'구원 성공' 르노삼성 프로보, 강도 높은 구조조정 효과
신차 QM3 도입 성공적…닛산 로그 위탁생산도 따내

'절치부심' 한국GM 호샤, 쉐보레 브랜드 유럽수출 중단
통상임금 확대로 인건비 급증…신차 출시로 명예회복 노려



[ 강현우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인 14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악의 적자(2075억원)를 냈던 2011년 부임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2013년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익을 세 배로 늘리는 성과를 냈다.

한국GM은 정반대다. 2013년 1조86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작년엔 14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통상임금 확대와 유럽 철수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탓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하반기에 신형 스파크 등 신차를 출시해 점유율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고 말했으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프로보 “신형 SM5로 기세 이어간다”

르노삼성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3조97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3년(3조3336억원)보다 19.2%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의 3.3배로 증가했고, 순이익도 11.5배로 늘어난 1967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없었던 배당도 4억원 실시했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이익 규모는 2007년 영업이익 2166억원, 순이익 2067억원 이후 최대다. 이 회사는 이후 주력 세단 SM5·SM7의 부진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이익이 계속 줄었고 2011~2012년 두 해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2011년 9월 구원투수로 투입된 프로보 사장은 먼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12년 희망퇴직을 받아 800여명을 퇴직시켰다. 2011년 65%에 그쳤던 부품 국산화율을 2013년에는 7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다음 승부수는 신차 도입이었다. 2013년 말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유럽명 캡처)를 들여왔다. 르노 프랑스 본사를 설득해 유럽 현지 가격(2만1000유로·약 2400만원)보다 저렴한 2200만원대에 출시했다. QM3의 지난해 판매량은 1만8191대로 르노삼성 내수시장 증가분(1만9976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르노삼성은 원가 절감으로 계열사 일본 닛산의 SUV인 로그 위탁생산 물량도 따냈다. 지난해 9월부터 위탁생산한 로그의 미국 수출 물량 덕분에 이 회사 수출은 지난해 26.6%, 올 들어 3월까지 257% 불어났다.

프로보 사장은 내년 중 출시 예정인 신형 SM5와 QM5 개발 주도권도 확보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QM3와 로그 덕에 실적은 좋아졌지만 신차를 주도적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단순 생산기지에 머문다면 인건비와 환율 등 여건 변화에 따라 생산량이 출렁일 수 있다”며 “르노삼성이 개발을 주도한 SM5와 QM5로 판매량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샤 “수출 물량 회복에 최선”

자동차업계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프로보 사장과 자주 비교되는 호샤 사장은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호샤 사장이 부임하던 2012년 한국GM은 역대 최대인 15조949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2조9181억원, 영업손실 14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7.2%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3년의 1조86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비록 2013년에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 중 일부인 7890억원을 이익으로 환입하는 일회성 요인으로 이익 규모가 대폭 커졌다 해도 작년 적자전환은 치명적이다.

한국GM은 지난해 내수 15만4381대, 수출 47만6151대 등 총 63만532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19.2% 감소했다. 내수에서는 출범 12년 만에 최대 판매를 기록했지만 수출이 24.4% 급감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이 생산하는 쉐보레 브랜드 차량의 유럽 수출을 중단한 데다 러시아·중앙아시아 시장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판매량 감소와 통상임금 확대 등에 따른 인건비 급증이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 됐다는 게 한국GM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2010년에도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 12조5974억원을 냈지만 75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면서 인건비가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났고 희망퇴직에 따른 비용도 300억원가량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호샤 사장은 “지속적인 신차 출시로 국내 시장점유율 10%(작년 9.3%)를 달성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올란도를 우즈베키스탄에, 트랙스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하는 등 수출 물량도 최대한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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