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직의 민주적 정당성

입력 2015-04-13 21:15  

선거만이 정당한 명분 주지 않아
헌법에 충실한 역할 수행이 관건

윤성근 < 서울남부지방법원장 >



인간이 사회를 이룬 이래 공직자가 어떻게 정해지고 어떤 근거로 그 권한이 정당화되는가는 늘 중요한 주제였다. 국민주권주의 아래에서 공직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다.

선거를 통한 선출만이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있다. 심지어 선출된 공직자가 자격을 상실하면 그 선거구 주민의 주권행사가 중단된다는 주장도 들린다.

“대의제 하의 주권자는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는 루소의 말은 과도하지만 경청할 부분도 있다. 공직에 선발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지시에 따라, 즉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된 권한을 공익을 위해 행사하도록 명령받는 것이다. 공직 선거는 주권의 양도도 위임도 아니다.

공직 선발의 방법은 선거 외에도 다양하다. 정당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선거와 연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의 선발이 선거에 의할지 일정한 자격 심사를 통한 임명에 의할지는 결단의 문제일 뿐 그 선택 사이에 민주적 정당성의 우열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지역구민의 표만으로는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넘어 국민 전체?대표하는 정당성이 설명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을 그렇게 뽑기로 한 헌법적 결단으로써 설명된다.

대립하는 가치 속에서 다수결을 통해 승리한 진영은 입법권과 행정권을 장악한다.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다. 법원은 다수결로 쉽게 바꿀 수 없는 공동체의 중심적 가치를 보존한다. 법관을 선거로 뽑거나 입법부나 행정부가 실질적인 선발권을 가진다면 사법권까지 승자가 장악해서 소수자 보호라는 기본 역할이 약화될 것이다. 법관을 정치적으로 선발하는 것이야말로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위협한다.

현대사회에선 공직 선발과정보다 그 권한 행사의 민주적 정당성이 더욱 강조된다. 어떤 공직이든 그 헌법적 역할에 충실하고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는 길이다.

한편 선출된 공직자가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국민들의 진정한 여론을 반영하는 정치적 의사 결정에 보다 적합한 점은 당연하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는 넓은 재량을 가지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미래 지향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 비정치적으로 선발된 공직자는 국민의 의사에 부합한다는 점이 미리 확인된 원칙에 따라 사후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정치와 법치는 서로 견제 보완하는 것이지만 헌법 제정 시 핵심적 가치가 드러나듯 마지막 결정은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공직의 민주적 정당성과는 다른 문제다.

윤성근 < 서울남부지방법원장 skyline@scourt.go.kr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