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교부도 모르는 대사 행적

입력 2015-04-14 20:33  

전예진 정치부 기자 ace@hankyung.com


[ 전예진 기자 ] 리비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대사관 총격 당시 인근 튀니지에서 사건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이종국 리비아대사가 한국에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대사는 인사발령을 받고 지난 1일 귀국했으나 외교부는 이를 알지 못한 채 그가 튀니지에 있다고 브리핑했다.

이 대사의 거취는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서야 밝혀졌다. 잘못된 언론 보도를 접한 이 대사가 13일 오후 외교부로 전화를 걸어 해명하면서다. 총격 사건을 수습하면서 현지 대사와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 대사가 직접 나서지 않았다면 그의 소재지는 영영 파악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외교부 아중동국 당국자의 해명대로 현지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리핑을 하다보면 실수할 수 있다. 납치나 테러처럼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사안일 경우엔 더 그렇다. 담당국이 수십개인 데다 매일 수백통의 전보가 쌓이는 상황에서 대사들의 귀국, 출국 보고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귀국한 대사의 거취를 12일 동안이나 아무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외공관장 관리가 얼마나 엉망으로 이뤄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 출장을 핑계로 업무시간에 종적을 감춘 ‘사라진 세종시 김과장’보다도 심각하다.

183개 해외공관을 이끄는 대사와 영사들은 720만명의 재외동포와 1300만명의 해외여행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그런 대사가 자신의 근무지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사건 발생 24시간 후에야 상황을 인지했다는 것은 업무 태만이다. 한국에 왔더라도 새 대사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최근까지 현장을 경험했고 현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임에도 이 대사는 서울에서 열린 리비아 교민안전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아직도 트리폴리의 ‘컨트롤 타워’가 누구인지 횡설수설하고 있다. 대사가 어디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외교부가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전예진 정치부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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