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뒤뜰의 목련나무

입력 2015-04-15 21:06  

숲의 규모·효용 증대에만 집중
미래 위한 새 활용방안 찾아야

윤동한 < 한국콜마 회장 >



우리 집 마당에 서면 앞집 뒤뜰이 보인다. 그 뒤뜰에는 목련나무 한 그루가 담벼락 쪽으로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환하게 꽃을 피워 아침마다 꽃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나뿐만이 아니라 그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앞집 목련을 보고 봄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조림사업과 1970년대 산림녹화 10개년 계획 추진 덕분이었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핀란드와 스웨덴,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숲이 많은 나라가 됐다.

그러나 조림정책과 개발논리로 탄생한 이 숲이 과연 제대로 된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 산사태를 막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목재를 제공해준다는 숲의 효용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누렸는지 되묻고 싶다. 숲은 있지만 매년 장마철만 되면 산사태 소식이 들린다. 가까이서 마음 놓고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은 얼마나 될까. 목재 또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숲을 문화적 가치로 바라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숲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지금, 무궁화를 심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나라꽃인 무궁화 보급이야말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나무 심기가 이뤄지길 바란다. 예부터 나그네가 하룻밤 머물 곳을 정할 때는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을 찾았다. 느티나무가 있다는 건 그 아래 사람들이 모여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했다는 걸 의미하고, 공동체문화가 형성돼 있어 인심이 좋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무를 통해 지역과 사회 문제를 고민할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성 높은 수종(樹種)도 개발해야 한다. 과거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빨리 자라는 오동나무를 아이와 함께 잘 키워서 시집갈 때 혼수로 장롱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오동나무는 가구뿐만 아니라 거문고 같은 악기 재료로도 최상급으로 쳤다고 한다. 이렇듯 빨리 자라고 활용 가치가 높은 수종을 심는 것도 필요하다.

세상에는 두 가지 일이 있다. 하나는 돈이 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요, 또 하나는 돈이 안 되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이다. 나는 나무심기가 바로 바라는 것 없이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위해 미리 씨앗을 심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뒤뜰에 목련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말이다.

윤동한 < 한국콜마 회장 yoon@kolmar.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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