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KT ENS 루마니아 태양광 미스테리] (1) KT는 돈만 댄 '바지'

입력 2015-04-16 16:50  

한국인 루마니아 브로커 있었다‥시공은 독일,이탈리아 등 해외 업체에 하청
O&M도 현지 기업이, KT는 '재무적 투자자'
법원 루마니아 사업장 존속 여부에 영향 미칠 듯



이 기사는 05월12일(17: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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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의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은 여러모로 의문 투성이다. 한화, OCI처럼 태양광 전문 기업이 아닌, 통신망 구축 사업을 본업으로 하는 기업이 해외에까지 진출해 신재생에너지을 하겠다는 것부터 우선 물음표가 붙는다. ‘기업어음(CP) 돌려막기’라는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언제고 터졌을 ‘시한 폭탄’이라고 지적한다. KT ENS의 회생절차 신청이 받아들여질 지 여부를 결정할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의 ‘미스테리’를 3회에 걸쳐 분석한다.

◆현지 브로커 낀 해외 진출
지난달 중순, 서울중앙지방법원 주도로 구성된 실사팀이 루마니아 현지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법원 조사위원과 법원 의뢰를 받은 삼덕회계법인, 그리고 이들과 동행한 기업, 경남은행 등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를 판매한 창구 은행 관계자들은 의외의 인물 한 명을 만났다. 실사팀 관계자는 “현지 브로커 역할을 맡은 한국인 중년 여성이 KT ENS측에서 서서 사업 개요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현지 사정에 밝은 한국인 여성 A씨는 KT ENS가 태양광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디벨로퍼’로 활동하면서 루마니아와 KT ENS를 연결해주는 끈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데 KT ENS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약 900억원을 들여 건설한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장은 최근 준공을 마치고, 시범 가동 중이다. 실사팀이 파악한 것에 따르면 KT ENS는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로 계약서에 명기돼 있다.

하지만 KT ENS가 한 일은 이탈리아, 독일 등 루마니아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태양광 발전소 건설 회사들에 일감을 하청하는 일 뿐이었다. 설계와 부품 조달까지 담당하는 일반적인 EPC 업체이나 시스템 구축과 운영 관리를 맡는 LG CNS 등 다른 IT서비스 업체들과도 역할이 달랐다는 얘기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KT ENS가 시공 뿐만 아니라 O&M(운영과 관리)도 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실사 결과 O&M은 현지 다른 외국 업체가 맡고 있었다”고 말했다.

◆복잡한 시공 하청 계약
계약서상으론 KT ENS가 주요 사업 주체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재무적 투자자(FI)로서의 역할에 그쳤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이 문제는 법원이 루마니아 태映?사업장을 존속시킬 지 아니면 매각 등의 방식으로 손을 떼도록 할 지를 결정할 중요한 판단의 근거”라고 지적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하청, 재하청 계약이 복잡할 경우 공사비와 관련해 문제의 소지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 제출한 회생 계획안에 따르면 KT ENS는 루마니아 외에 국내에서도 몇 건의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3년 감사보고서상에 회사측은 ‘특수목적법인(SPC)의 차입을 위한 지급보증내역’을 2586억원이라고 기재했다.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설립한 SPC가 CP를 발행하거나 은행 차입을 할 때 KT ENS가 채무 인수, 자금 보충 등의 방법으로 지급을 보증한 내역이다. 사업 지역도 강원, 경기, 경남, 경북, 부산, 충남 등 전역에 걸쳐 있다.

KT ENS가 이처럼 손쉽게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은 다른 에너지 플랜트와는 달리 진입 장벽이 낮고 설계·구매·시공(EPC) 부문도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는다”며 “시쳇말로 돈만 구할 수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의 IT서비스 회사인 LG CNS만해도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와 관련해 누적 실적 1위에 올라 있다.

국내 자본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KT ENS는 루마니아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SPC를 세운 뒤 NH농협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1010억원의 ABCP를 발행했다. 판매 창구는 기업(618억원), 경남(128억원), 대구(41억원), 부산(195억원) 은행 4곳이었다. 모기업 KT의 신용에다 대형 시중 은행들이 판매하는 것이라 CP 퓔킴?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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