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빨라진 대학들
복수전공 희망자 급증…시설·인력 확보에 부심
[ 오형주 기자 ] 공대에 눈을 돌리는 문과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SW) 교육 열풍이 불면서 대학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906년 개교 이래 공대가 없었던 숙명여대는 내년에 화공생명공학부와 IT공학과 등 공과대학을 신설하기로 했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여성 공학 인재를 원하는 사회적 수요에 맞춰 공대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도 취업률이 저조한 의류·식품영양 등 6개 학과를 통합해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중앙대는 지난 3월 학과제를 폐지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전공은 정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개편안을 내놓았다. 대학가에서는 중앙대의 개편안에 대해 “장기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인문·예체능계 정원을 줄이고 공대 정원을 늘리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올해 신입생부터 문과 예체능 등 비이공계 학생 전원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과목을 두 학기에 걸쳐 수강하도록 의무화했다. 유지수 총장은 “공대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로그래밍을 전교생이 배우도록 해 창조경제를 선도할 혁신적인 사업가를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SW 강의가 개설된 정보문화학연합전공에 문과 출신 지원자가 몰리자 올해부터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SW 교과목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컴퓨터공학에 대한 문과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대학은 관련 인프라 부족으로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 박진우 고려대 공과대학장은 “문과 출신 복수전공 희망자가 대폭 늘었지만 시설·인력 등 한계로 인해 그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장은 “아직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기초 교양과목에 포함되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갖는 교수들이 많고 시설과 인력도 부족하다”며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맞는 적절한 자원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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