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기업 세무조사 강행하겠다는 서울시

입력 2015-04-23 20:31  

서울시가 기업 세무조사를 대폭 확대한다고 한다. 그것도 서면조사가 아니라 방문조사를 강화하라고 각 구청에 방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규모가 큰 기업 40곳은 본청이 직접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복지가 확대되면서 돈 쓸 곳은 많아졌고, 재원은 뻔하니 기업을 뒤지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세금탈루를 막겠다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입증대를 위해 세무조사를 확대하겠다는 서울시의 계산은 지극히 단견이다. 세수는 기업이 잘 돌아가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면 절로 늘어난다. 세무조사로 반짝 세수확대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일회성일 뿐이다. 국세든 지방세든 같다. 더구나 서울시의 세무조사는 중앙정부의 방침과도 완전히 어긋난다. 행자부가 지자체의 기업 세무조사를 향후 3년간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게 바로 지난달이다. 최경환 부총리도 국회 보고에서 “전국의 지자체가 기업 세무조사를 다 하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못 한다.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도록 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던 터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이런 방침이 지방소득세에 관한 내용일 뿐, 취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지자체가 조사를 해왔다고 해명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세금은 다 세금일 뿐이다. 세목별 특성을 행정관청처럼 들여다볼 여유도 없거니와 세금을 내면서 이건 지방정부용, 저건 중앙정부용이라는 납세자도 없다.

징세 같은 국가의 기본정책에서 지자체는 특히 중앙정부의 방침을 존중해야 한다. 안 그래도 지방소득세의 부과·징수 방식이 바뀌는 바람에 유예기간이 끝나는 3년 뒤부터 지자체의 세무조사권이 기업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는 과잉입법에 젖어 있고, 정부는 중앙과 지자체가 따로 가면서 과잉행정에 빠져든다. 법과 행정이 왕성해질수록 납세자는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경제를 살리자는 것인가, 죽이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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