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국의 '원화절상 압박' 이유 없다

입력 2015-04-23 20:36  

"환율인상 개입 안된다는 美 압박
불황형 흑자·한일경쟁 감안하면
엔화대비 고평가된 원화 내려야"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최근 미국은 한국이 원화가치를 평가절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이를 견제하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한국의 원화는 평가절상돼야 마땅한데 오히려 절하하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미국은 생각하는 듯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원화 환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경쟁국인 일본 엔화의 큰 폭 평가절하로 인해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졌고, 이는 관련 하청기업 상품의 가격과 내수산업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환율 압박은 타당한가. 특정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하면 흑자규모가 더욱 확대돼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악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국 통화의 평가절하 정책은 적절치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증대에 의해서라기보다 수입축소로 인한 것이다. 즉, 수출은 줄고 있지만 내수 불황으로 인해 수입이 더 축소돼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한국의 경기침체는 왜 심화되고 있는가. 주지하는 것과 같이 세계적 불황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엔화가치가 떨어진 탓도 있다. 산업구조의 유사성으로 인해 한·일 두 나라 상품은 국제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런데 2012년 10월 기준 엔화의 대(對)달러 환율이 50% 이상 평가절하됨으로써 한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치명상을 입었다. 해외시장 의존적인 한국 경제로서는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에 대처해왔다. 이런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보면 가계의 소비억제는 물론 기업의 투자수요마저 줄이게 된다. 한국 경제의 이런 대처는 수입수요를 줄이게 돼 축소균형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에는 물론 세계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왜 이런 상태가 초래됐을까. 그것은 원·엔 환율이 양국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원·엔 환율을 정상으로 되돌려 한국 기업으로 하여금 무리한 구조조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처럼 자원이 부족해 가공무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는 자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에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무역의존도가 낮지만 일견 내수기업으로 보이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수출기업과 연동돼 있다. 따라서 엔고로 인해 수출기업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 그 기업은 엔고 극복 차원에서 철저한 경비절약 활동에 돌입하게 된다.

이런 활동에는 인건비 절감, 부품구입과 관련한 하청기업에의 대금지급 절감행위 등이 포함된다. 이런 일련의 활동은 일본 경제 전체로 볼 때 내수축소로 이어진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가 일거에 40~50% 절상되자 일본 기업들은 고성능 시설투자로 핵심부문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엔고로 높아진 인건비를 흡수했지만 모든 기업이 원가절감에 나서 ‘엔고 불황’이란 구조적 불황구조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 그 중에서도 대규모 양적 완화를 통해 엔화가치를 비정상적으로 떨어뜨리는 정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본의 선택이 다시 한국 경제에 심각한 주름살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가 타당하다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원화절상 압력은 결과적으로 비정상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엔화에 비해 지나치게 절상된 원화가치를 끌어내리는 노력은 정당화돼야 할 것이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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