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하는 일본 총리] 안보·경제 '중국 견제' 공조…속도 내는 미·일 '신 밀월시대'

입력 2015-04-24 20:44  

아베, 일본 총리로는 첫 상·하원 합동연설

양국 신 방위협력지침…일본 집단적 자위권 강화
TPP 협상 타결 시도…중국 주도 AIIB '맞불'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듯



[ 도쿄=서정환 / 워싱턴=장진모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부터 7박8일간 일정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 아베는 방미 기간 워싱턴DC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도 나선다. 아베는 이를 통해 미·일 간 밀월 관계를 재확인하고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재부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국제 외교가의 분석이다. 2012년 12월 총리 재선 뒤 50여 차례에 걸친 해외 순방 일정의 정점을 이번에 찍게 된다는 얘기다.


○신방위협력지침 통한 안보공조

아베 총리는 방미 기간 워싱턴DC뿐 아니라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 서부에서 동부에 이르는 주요 도시를 방문한다. 일본 총리의 이 같은 미 대륙 횡단은 1999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 이후 16년 만이다.

그 의미는 크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무역 마찰을 빚을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파워를 자랑했다. 그러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미국의 엔고 압력에 무릎을 꿇은 뒤 ‘잃어버린 20년’의 늪 속에 빠져들었다.

극심한 침체 속에 집권한 아베의 정책 1순위는 ‘미·일 동맹 강화’였다. 돈을 찍어 엔저(低)를 유도, 내수와 수출경기를 살리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나서겠다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지가 필요했다. 일본의 최대 위협 요인인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미·일 동맹은 더 강화해야 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사실상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다 들어줬다.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했고 이슬람국가(IS) 격퇴전쟁에 수천만달러의 자금지원에도 맨 먼저 나섰다. 그 밖에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 협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불참 등도 미국의 뜻을 따랐다.

미국은 이런 성의에 주변국과의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일본의 엔저 정책과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까지 눈감아주고 있다는 게 국제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베는 이번 방미 기간에도 미국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를 통해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집단적 자위권(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권리)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했다. 또 대미 후방지원 범위를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하는 내용의 안보법제 정비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 주고 있다. 재정적자와 국방비 감축의 필요성에 직면한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일본 역시 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함으로써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한층 강하게 견제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함께 AIIB 견제 나선다

아베 총리는 방미 기간 경제적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기본 합의(또는 협상타결)를 시도한다.

그는 “정상 간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TPP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미국의 아·태 지역 외교전략의 핵심 수단이다. 중국을 배제한 아·태 지역 12개국 간 자유무역협정을 맺음으로써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자동차 등 제조업의 수출을 증대할 수 있고 농업·노동시장 등에 구조개혁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AIIB 출범을 놓고 미국이 중국에 한방 얻어맞은 만큼 TPP 협상 타결을 통해 반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역사 인식 공세를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는 1941년 진주만 공습에 대해 반성하는 대신 중국 침략과 한국 식민지배 등에 대해서는 두루뭉술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워싱턴=장진모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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