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꾸벅꾸벅…춘곤증인 줄 알았더니 수면장애

입력 2015-04-25 07:05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춘곤증과 유사한 질병들

호흡 제대로 못해 뇌가 깨어 있는 수면무호흡 증상 가장 많아
살 빼도 완치 안돼…병원 치료 필수
식욕 강해지고 잠 못자면 우울증
느닷없이 잠 오면 기면증 의심을



[ 이준혁 기자 ] 광고회사 차장인 이모씨(41·서울 강남구)는 이달 들어 대낮에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졌지만 단순한 춘곤증으로 여겼다. 그러던 중 차를 몰고 가다가 순간적으로 조는 바람에 도로변 가드레일에 부딪쳤다. 천만다행으로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졸음이 오는 것은 병”이라며 검사를 권했다. 병원을 찾은 이씨는 “춘곤증이 아니라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낮에 많이 조는 것”이라고 진단받았다. 졸음을 유발하는 병은 발병 원인을 잘 몰라 춘곤증으로 무시하기 일쑤다. 치료법을 오해해 소홀히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극심한 졸음이 반복적으로 온다면 건강 상태를 한 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수면무호흡증, 낮 졸음 유발

낮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3~4일 이상 계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만성 수면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수면장애를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면무호흡증이다. 잠을 자는 동안 20~30초가량 숨을 쉬지 않는 증상이 5번 이상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수면 중 숨을 잘 못 쉬면 십중팔구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잠을 자는 동안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뇌는 깊은 수면에서 저절로 깨어나 ‘수면 중 각성’ 상태가 된다. 신체는 잠을 자지만 뇌는 깨어 있는 것”이라며 “본인은 푹 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게 수면무호흡증 때문이란 것을 알아채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지현 고려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잘 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7회 이상이면 심각한 수면무호흡증후군”이라며 “호흡이 순간적으로 정지되기 때문에 저산소증을 초래하거나 심하면 뇌경색 심근경색 고혈압 등을 일으켜 자칫 돌연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하는데, 환자에게 수면을 취하게 하면서 뇌파·안구운동·혈압·코골이·호흡 정도 등을 측정한다. 자는 동안 팔다리의 움직임을 비디오로 촬영해 종합적으로 수면의 질과 장애원인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치료는 대개 개인에게 맞는 수면환경 개선이나 약물치료를 통해 진행한다. 또 잠잘 때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양압기, 양악수술, 구강내 장치 등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으로 비만을 지적하는 사례가 많다. 뚱뚱하면 잠잘 때 기도가 눌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흔히 살을 빼면 수면무호흡증이 사라지는 줄 알고 치료를 받지 않지만, 일단 수면무호흡증에 걸리면 살을 빼도 병은 완치되지 않는다”며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식욕, 비정형적 우울증이 원인

봄철에 신체적인 이유 없이 잠이 많아지고 식욕이 없어지면 대개 춘곤증이다. 하지만 갑자기 식욕이 강해지면 ‘비정형적 우울증’의 가능성이 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식욕을 잃고 불면증을 겪지만, 우울증의 35%를 차지하는 비정형적 우울증 환자는 식욕이 늘고 낮에도 잠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주로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면 비정형적 우울증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를 4~9개월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 우울증이 치료되고 주간 졸림증도 사라진다. 김 교수는 “치료 도중 낮에 졸린 증상을 일시적으로 없애려면 각성제를 추가로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과로로 착각하는 기면증

봄날 춘곤증으로 오인하기 쉬운 증상 중 하나가 기면증이다. 기면증은 말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 혹은 운전을 하는 등의 특정 행동 도중 느닷坪?잠이 오는 증상이다. 대개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한 원장은 “10대 후반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40~50대가 되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70% 정도이고, 30~40대에 증상이 나타나 평생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30% 정도”라며 “30~40대에 증상이 처음 나타나면 스트레스나 과로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면증은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약을 끊으면 다시 잠이 온다. 매일 일정한 오후 시간에 10~15분 정도 낮잠을 자면 증상이 다소 완화된다. 하지만 점심식사 뒤 바로 자는 것은 좋지 않아, 간단한 산책 후 짧게 낮잠을 자는 것이 좋다.

취침시간을 규칙적으로

수면장애는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숙면하기 위한 잠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고기동 가천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되도록 침실은 잠만 자는 곳으로 인식하고 조명 등을 잠 자기에 최적화하는 것이 좋다”며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으로 신체 균형을 잡는 것이 좋은데, 당분간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정해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운동은 과격한 것보다는 가볍게 땀을 흘릴 수 있는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등이 도움이 된다.

도움말=고기동 가천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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