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없었다면 440억 미매각債 나왔을 수도
이 기사는 04월22일(11: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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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13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20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연기금 1곳이 1000억원어치의 매수 주문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롯데건설은 이 연기금의 대량 매수 주문에 힘입어 총 186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롯데건설은 3년 만기 회사채 13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에 앞서 20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를 21일 공시를 통해 공개했다. 기관투자가 11곳이 총 1860억원어치 매수 주문을 냈는데, 그중 1곳이 연 4.24~4.27% 금리에 1000억원어치를 사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10곳의 기관투자가들은 각각 10억~200억원씩, 합쳐서 860억원어치에 대해서만 살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 기관투자가의 주문이 없었다면 1300억원어치 모집 물량 중 440억원어치의 미매각 회사채가 생겼을 것이라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기관투자가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 연금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초저금리 여파로 국공채나 신용등급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만으론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지자, 그간 투자를 피했던 ‘건설’ 회사채를 이번에 대량 사들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IB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연금들은 2010년대 들어 국내외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형 건설사들마저 줄줄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게 되자, ‘건설’ 회사채를 투자 풀(pool)에서 사실상 제외시켰다.
그런 채권을 연기금이 다시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지금의 저금리 상황이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IB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연 4.24~4.27% 금리는 현재 1.7%대 초반인 국채 수익률보다 2.5배 높은 것이다. 이 연금은 고금리의 ‘건설’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 외에도 최근 해외·대체 투자 확대 등 최근 자산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해왔다.
롯데건설은 시장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작년 8월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도 연 4.88%의 고금리를 앞세워 공적 연금 1곳에서만 1000억원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이번 채권에 투자한 연금과는 다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던 때라 투자자 모집에 실패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지만, 이 연금 덕에 수요예측에서 모집 금액을 다 채우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이 연금을 포함, 4곳의 기관투자가가 총 1400억원어치의 채권 매수 주문을 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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