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마트폰 선택요금제 '탁상행정'

입력 2015-04-27 20:39   수정 2015-04-28 05:01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


[ 이호기 기자 ] 지난 25일 서울 종로에 있는 한 휴대폰 판매점. 주말을 맞아 스마트폰 가입 문의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기자가 “선택요금제에 어떻게 가입할 수 있느냐”고 묻자 종업원은 “선택요금제는 (구매 후) 2년 약정 기간이 끝난 뒤에야 적용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고서는 최신 휴대폰을 구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고 통신 요금을 20% 할인해주는 선택요금제 상품이 없느냐”고 다시 묻자 종업원은 고개를 내저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지난 24일부터 선택요금제 할인폭을 12%에서 20%로 높였지만 일선 휴대폰 판매 현장에서는 여전히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선택요금제는 보조금 없이 구입한 새 스마트폰이나 중고폰,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폰으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다. 통신사의 약정 할인(통상 2년)을 적용한 요금에서 20%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지난 주말 통신 3사의 선택요금제 가입자 수도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이 적은 선택요금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점들은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단말기를 장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의 한 판매점 사장은 “단말기 보조금을 받아 갤럭시S6로 신규 가입하는 고객을 유치하면 25만~30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길 수 있지만 선택요금제로 가입시키면 리베이트가 10만원가량 줄어든다”고 말했다.

통신사들도 불만이 없지 않다. 정부가 선택요금제 할인폭을 높게 정하는 바람에 요금 할인으로 인한 손실이 단말기 보조금 비용보다 커질 수 있어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선택요금제 할인폭을 단말기 보조금 상한(33만원)을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요금제별로 최대 연 10만원 이상 요금 할인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마케팅에 쓰는 비용을 줄여 통신요금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 미래부의 생각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서 외면을 받고 있다.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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