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구조적으로 수익원이 제일 잘 다변화돼 있습니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은 대여섯개가 있는데, 우리는 여기에서 1등 아니면 적어도 2,3등을 하고 있죠. 골고루 다 잘하다보니 시장이 안 좋을 때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말하는 4년 연속 업계 1위 순이익의 비결이다. 또 전분야 최상위권의 바탕에는 직원들의 '헝그리 정신'이 깔려있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독립 계열사로 재벌이나 은행의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직원 하나하나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임기 1년의 한국투자증권에서 지난달 8번째 연임에 성공해 9년째 회사를 이끌게 됐다. [한경닷컴]은 탁월한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금융투자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된 그를 만나 2015년 증권업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초저금리 환경, 증권업에 기회"
금융위기 전후를 모두 지켜봐 온 유 사장은 1%대 초저금리 환경이 증권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봤다.
"시중의 '스마트 머니'와 은행의 부동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기조,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와 저유가로 인한 기업실적 개선 등도 증권업황에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또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식 거래대금이 증가세로 돌아선 이상, 수수료 수익 측면에서 증권사들은 전년보다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입니다."
유 사장은 이에 발맞춰 고객수익률을 최우선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산관리 영업을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금융업계의 화두인 핀테크에 있어서는 관련 서비스를 먼저 만들 계획이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은 꾸준히 접목돼 왔습니다. 우리는 고액 투자자를 프라이빗뱅커(PB)가 관리하듯, 앞으로 소액투자자의 자산을 IT를 통해 관리해 주는 인터넷PB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30~40분 걸리는 가입설명 시간도 핀테크를 통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죠."
그는 자본시장의 성장을 믿는 만큼 개인적인 재테크도 대부분 금융투자상품으로 하고 있다. 물론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한국투자증권을 통해서다.
"자산을 모두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하는 금융투자상품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습니다.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개인연금 등이죠. 은행에는 당장 필요한 약간의 현금만 두고 있습니다."
◆ "파생상품 양도세 도입 재고해야"
증권 및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제언도 내놓았다. '미스터(Mr.) 쓴소리'라고도 불리는 유 사장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다. 파생상품에 대한 투기를 억제한다는 陸測?동의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투자 수요가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세계 1위 거래량을 차지했던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주식워런트증권(ELW) 호가 제출 제한, 옵션 승수 상향조정,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 도입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2013년 9위로 떨어졌다. 2011년 39억2795만계약을 기록했던 거래량은 지난해 6억7778만계약으로 82.7% 급감했다. 이동안 한국을 제외한 세계 파생상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 1월 파생상품거래에 양도세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파생상품 거래에 10%의 양도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증권업 발전을 위해서는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의 규제정책으로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파생상품거래 양도세를 도입하면 리스크 헤지(위험회피) 수요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해외 이탈이 우려됩니다."
파생상품 시장 규제는 개인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 및 투자손실을 방지할 수 있으나, 과도한 규제로 기존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이동하는 등 자본유출의 위험성도 있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파생상품거래 양도세 부과에 대한 재고와 함께 자본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고 봤다.
"앞으로 도입 예정인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SA)에 대해 펀드 등 투자자산에 대한 세제상 혜택이 필요합니다. 현재 금융투자업자의 위탁수수료율은 평균 0.097%로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증권거래세 0.3%는 1996년 도입 이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맞게 증권거래세를 현실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 사장은 올해 한국투자증권이 구조조정을 마친 주요 증권사들의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자산관리영업의 정착과 투자금융 부분에서의 수익 극대화를 강력히 추진한다면 2015년에도 업계 1위 수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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