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방향 잘못 잡은 파생상품 대책

입력 2015-04-28 20:32  

하수정 증권부 기자 agatha77@hankyung.com


[ 하수정 기자 ]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에선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이번엔 다를까 기대했는데 ….”

지난 23일 금융위원회가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 등 자본시장 개혁을 위한 정책방안’을 내놓은 직후 파생상품 영업을 담당하는 증권사 직원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금융위는 대표적인 파생상품인 ‘코스피200 선물’ ‘코스피200 옵션’의 거래단위를 5분의 1로 쪼갠 ‘미니선물’ ‘미니옵션’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래 단위가 작아졌으니 소액 투자자들이 좀 더 쉽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겠냐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하지만 금융위의 생각에 동의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많지 않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가 겹겹이 파생상품 규제를 강화해 시장을 위축시켜놓고선 이제야 거래 단위를 쪼갠들 시장이 회복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서 아무나 선물옵션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자격규제를 신설했다. 30시간 동안 사전 교육을 받은 뒤 50시간 이상 모의거래를 해보고, 여기에 예탁금까지 3000만~5000만원을 기본으로 미리 내야 선물 1계약이라도 주문할 수 있다. 내년엔 선물옵션으로 수익이 나면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한다.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동안 선물옵션시장의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달 코스피200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16조5000억원으로 3년 전에 비해 3분의 1토막 났다. 그사이 투자자들은 해외 파생상품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해외 파생시장엔 자격요건도, 예탁금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파생시장의 존재 이유는 현물(주식) 투자의 위험을 관리하는 ‘헤지’를 위한 것인데 지난 몇 년간 금융위 정책은 오히려 해외 투기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판이 업계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안 교수는 정부의 금융개혁자문단장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시장 활성화, 투자자 보호에 모두 실패하고 있다.

하수정 증권부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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